전성철 변호사·글로벌 스탠다드 연구원 회장
입력 2023.03.03 03:00
요즘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나도 그중 하나다. 나는 그게 과연 누구 덕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 결과 가장 크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세 대통령 덕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물론 그분들에게는 잘못도 있었다. 그러나 확실히 ‘공’이 ‘과’보다 월등히 더 컸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 무엇일까? 두 가지다. 바로 ‘개혁’ 과 ‘국민 통합’이다. 개혁은 있는 건물을 깨부수고 새집을 짓는 작업이다. 공터에 집을 짓는 ‘건설’보다 수십 배 어렵다. 통합은 국민을 하나 되게 만드는 작업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보자. 그는 어떤 개혁을 이루었는가? 무엇보다 국민의 ‘생각’을 개혁했다. 그 개혁은 말로 된 것이 아니었다. 몇 백 년을 가난과 압제에 시달리며 사는 바람에 자기 비하와 체념으로 가득 차 있던 민족에게 박정희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청사진을 보여주며 앞장서 열정적으로 뛰었다. 나중에는 온 국민이 같이 뛰게 되었다. 그래서 대성공했다. 그 성공 체험이 우리 민족의 생각을 바꾸어 버렸다. 그때까지 그들을 지배하던 ‘체념’과 ‘탄식’이 ‘희망’과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바로 그 생각의 변화가 그 후 우리의 거대한 경제발전의 가장 큰 원천이었다. 이 꿈과 열망은 ‘국민 통합’을 가져 왔다. 그래서 박정희는 독재라는 큰 흠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김영삼 대통령은 어떤 ‘개혁’과 ‘통합’을 이루었는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제도적 개혁을 대거 이루어냈다. 취임 며칠 만에 ‘하나회’ 장군 수십 명을 단칼에 예편시켜 새 시대의 문을 열었다. 국민은 그 용기에 갈채를 보냈다. 그러고는 ‘금융 실명제’라는 거대한 개혁이 뒤따랐다. 그 개혁이 없었더라면 우리 국민은 아마 지금도 권력과 기업 간에 벌어지는 결탁과 유착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음하고 있을 것이다. ‘사법 개혁’도 빼놓을 수 없다. 변호사 수를 한꺼번에 4~5배로 늘린 그 개혁은 막강한 법조계 전체의 거의 결사적 저항을 누르고 이룬 개혁이었다. 그 덕분에 요즘 아무리 힘없는 소시민들도 ‘자기’ 변호사 데리고 큰 소리로 정의를 외칠 수 있게 되었다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 10대 과제’라는 개혁도 우리 여성들에게 대단히 도움 되는 개혁이었다. 이런 개혁을 본 국민이 열광했고 그러면서 통합되었다.
뒤를 이은 김대중 대통령은 박정희의 ‘산업화’ 그리고 김영삼의 ‘공정’ 인프라를 바탕으로 나라의 경제를 대대적으로 개혁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IMF 조기 졸업은 그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무엇보다 벤처 산업 육성을 위한 대담한 개혁을 펼쳐 나갔다. 김대중의 그런 개혁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의 벤처 파워는 꿈도 꾸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방자치체를 완성한 것 역시 의미 있는 개혁이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그의 가장 큰 공은 아마도 그의 ‘국민 통합’에 대한 기여였다. 김대중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호남 이외’와 ‘호남’이라는 비극적 분열 상태를 아직도 면치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대통령들,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은 어떠했나? 그들 나름대로 애국심과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주로 한 것은 대부분 ‘단순 건축’이었지, 소위 ‘개혁’이 아니었다. 유감스럽게도 이들 대부분의 공통점은 재임 중 지은 ‘죄’ 때문에 감옥에 가야 했다는 사실이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는 ‘독재자’라는 비판이 있지만 건국’과 ‘6.25전란 극복’이라는 공을 잊어선 안 된다.
이들 중 ‘최고’는 없다. 그러나 ‘최악’은 분명히 있다. 단연 전두환이라고 생각한다. 유일한 ‘체육관’ 대통령이었던 그는 정권욕 때문에 광주를 필두로 곳곳에서 수많은 시민을 살해·고문했다. 그러면서 또 부패했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우리에게 ‘최악의 대통령’은 하나 더 있다. 바로 문재인이다. 그를 추앙하는 국민도 많이 있다. 그러나 그는 한마디로 이 땅에 평화 시 역사상 유례가 없는 거대한 ‘국민 분열’을 초래한 대통령이다. 현재 우리 모두가 목격하고 신음하는 이 아픔, 보수와 진보 간의 극단적 대결, 나는 평화시에 국민이 이런 식으로 처절하게 두 동강이 나 버린 상황을 세계적으로 알지 못한다.
문재인은 어떻게 이 비극적 ‘분열’을 야기했나. 아주 ‘나쁜 버릇’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내 편’을 챙기기 위해 함부로 ‘정의’를 희생하는 ‘버릇’, 바로 그것이었다. 어느 집단에서나 리더가 ‘정의’를 희생하면서까지 누구를 챙기면 그 집단은 필연적으로 분열한다. 그 불의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김대중은 진보이고 누구보다 ‘측은지심’이 강한 사람이었지만, 그는 소위 ‘내 편’을 위해 ‘정의’를 희생하는 따위의 ‘짓’은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괄시받은 호남 사람들, 정권 잡고 나서 좀 듬뿍 챙겨줄 법도 했는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가 기본적 ‘정의’를 지켰기 때문에 국민적 분노는 없었다. 그 덕분에 분열이 없었고 나아가서는 ‘통합의 터전’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가? 그의 오랜 공직 생활, 그리고 그 후의 처신으로 볼 때 앞으로 ‘정의’의 노선을 크게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사실 그동안 ‘개혁’ 면에서는 국민의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요즘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 몇 달 전 선언한 3대 개혁, 즉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 등에서 진정성과 열정이 많이 감지된다. 지지율 40%대 상승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두 가지 목표는 절대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정의’에 대한 헌신, 그리고 ‘개혁’에 대한 열정,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역사가 평가하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3/03/03/KE7M33DMOVHB3NE4XMKIYHUD3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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