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 기자
입력 2023.06.30. 03:00
작년 청탁금지법 어긴 416명 처벌
공공기관 직원 A씨는 지인들로부터 자기 기관이 운영하는 골프장 예약을 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예약을 신청하는 절차가 정해져 있었지만, 지인은 “신청자가 너무 몰려서 좋은 시간대 예약을 통 할 수가 없다”고 했다. A씨는 예약 관리를 담당하는 부하 직원에게 “예약 취소분은 새로 신청을 받지 말고, 내 지인들에게 배정하라”고 했다. A씨는 지인들로부터 따로 사례금도 받지 않았지만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게 됐다.
A씨는 지난해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이 적발돼 형사처벌이나 징계 등 제재를 받은 416명 가운데 1명이다.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 학교, 언론사 등에서 일하는 사람이 정상적인 업무 절차에서 벗어나는 일을 해 달라는 부탁을 들어준 경우, 그 부탁이 사소한 것이고 대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 소속 기관에서 징계도 받게 된다. 청탁을 한 사람도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2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전국 공공기관 등에 접수·처리된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를 모아 본 결과, 지난해에만 1404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공직자 등 416명이 제재를 받았다. 289명은 과태료를 내는 데 그쳤지만, 100명은 소속 기관 징계와 함께 벌금 성격의 ‘징계부가금’도 냈고, 27명은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2016년 9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해까지 6년여간 제재를 받은 사람은 1879명에 이른다.
제재를 가장 많이(93.3%) 받은 경우는 금품을 받은 경우였다. 청탁금지법이 적용되는 공직자 등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금품을 한 번에 100만원 이상 받거나 1년에 총 300만원 이상 받을 수 없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으로부터는 1만원도 받아서는 안 되고, 음식물(최대 3만원), 경·조사비(최대 5만원), 선물(최대 5만원) 등만 예외적으로 한도 내에서 받을 수 있다. 이를 어기면 받은 사람과 준 사람 모두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거나, 주고받은 금액의 최대 5배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한 병원 직원은 제약회사 지점장으로부터 ‘판촉물’이라며 식기 32만여 원어치를 받아서 이를 동료 직원들에게 나눠줬다가 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한 대학 교수는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위원으로 위촉된 상태에서 평가 대상 공공기관 직원으로부터 호텔 객실 이용권 80만원어치를 받았다가 제재를 받았다.
6.7%는 인사·계약 등과 관련해 부정 청탁을 하거나 받았다가 제재를 받았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자녀가 자기 기관 채용에 지원하게 되자 채용 심사위원으로 선발될 가능성이 있는 동료 직원 8명에게 일일이 ‘자녀를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가 100만원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한 공공기관 팀장은 구매 입찰에 응한 특정 회사 제품을 채택해 달라고 구매계약팀 직원들에게 청탁하고 다니다가 과태료 200만원을 물게 됐다.
학교에서 제자를 ‘잘 봐달라’고 청탁하고 다니는 것도 처벌받을 수 있다. 한 대학교수는 동료 교수 6명에게 ‘내 제자 대학원생의 출석·성적을 잘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고 다녔다가 벌금 300만원에 처해졌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는 동료 교사들에게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을 잘 채워 달라고 청탁했다가 조사를 받고 있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3/06/30/GDPYX7XK2BHRVEROL4PG2CPR4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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