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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5] 중국 ‘큰 형님’들의 쓸쓸한 퇴장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9.20. 03:13

부형(父兄)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단어다. 아버지와 형을 동렬에 놓았다는 점이 특색이다. 혈연을 바탕으로 적장자(嫡長子) 중심의 가족 관계망을 형성하는 중국의 오랜 전통, 종법(宗法)과 관련이 있다. 종법의 체계에서 가부장(家父長)인 아버지의 역할은 퍽 크다. 집단의 우두머리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사라졌을 때 자리를 물려받는 존재가 형이다. 따라서 중국은 ‘형님’을 믿고 따르는 문화가 꽤 발달했다.

문헌에서는 형장(兄長)이라는 말을 잘 쓴다. 그러나 입말에서는 '다거(大哥)'가 훨씬 일반적이다. 우리식으로 옮기자면 '큰 형님'이다. 조폭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자주 나와 친숙한 말이다. 대형(大兄)이라는 표현도 있다. '다거'와 같은 맥락이다. 노형(老兄)은 그를 더 높인 호칭이다. 동년배의 친구를 높여 부르는 말은 인형(仁兄)이다. 같은 연배거나 연령이 다소 낮아도 높여 부르면 세형(世兄)이다.

대형(大亨)과 대관(大款)이라는 표현도 있다. 앞은 19세기 상하이(上海)에서 나왔다. 마부 좌석이 맨 뒤에 있는 이륜(二輪) 호화마차가 처음 영국에서 들어왔을 때 마차의 이름 핸섬(Hansom)을 헝성(亨生)으로 번역했고, 그 소유자를 대형(大亨)으로 줄여 불렀다. 이를테면 '돈 많은 큰 형님'이다. 대관(大款)도 재물[]이 많은 남성의 존칭이다.

중국의 ‘돈 많은 큰 형님’들 퇴조세가 뚜렷하다.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馬雲) 등 민간 거대기업 창업자들이 현직에서 물러났거나 곧 퇴진할 모양이다. 홍콩의 최대 부호 리카싱(李嘉誠)은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발을 빼는 중이다. 중국 공산당이 국유 및 국영기업을 육성하고 민간기업의 영역을 축소하려 추진하는 이른바 국진민퇴(國進民退), 민간기업을 사실상 국유화하려는 공사합영(公私合營)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 지난 40년의 중국 개혁·개방 기조가 크게 꺾이고 있다.

리카싱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19/201909190325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