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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0] 중국 부자들의 운명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0.25. 03:10

재물이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경우가 있을까. 꿈같은 이야기다. 현실성은 없으나 사람들이 늘 바라면서 기다리는 일이다. 중국에서는 재물이 저절로 가득 차는 그릇 이야기가 전해진다. 취보분(聚寶盆)이다. 우리의 ‘화수분’ 또는 ‘보물단지’ 격이다. 중국인들이 이 신비한 그릇의 소유자였으리라 추정하는 역사 속 인물이 심만삼(沈萬三)이다. 명()나라 초반 지금의 동남부 장쑤(江蘇)에 실재했던 사람이다.

그는 중국 역대 부자 중에서도 가장 이름이 높다. 명나라를 세웠던 주원장(朱元璋)이 도읍을 건설할 때 돈이 없어 그에게 난징(南京) 성곽의 절반을 짓도록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렇듯 대단한 부자였지만 비운(悲運)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너무 많은 재산 때문에 최고 권력이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도의 성곽 절반을 짓는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그는 재산을 뺏긴 뒤 오지로 쫓겨난다.

그의 고향으로부터 아주 먼 베이징(北京)에서도 일화가 전해진다. 주원장의 아들 주체(朱棣)가 황제에 오른 뒤 수도를 난징에서 베이징으로 옮기면서 또 그를 불렀다. 마구 패면 재물 있는 곳을 알려준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실신하도록 열 차례를 얻어맞고 결국 돈이 묻혀 있는 장소를 알려줬다는 내용이다. 뒤는 꾸며진 이야기일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만삼은 중국에서 거대한 부를 쌓은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알려준다. 나라 재정 수준에 달하는 재산을 모았을 때 중국에서는 부가적국(富可敵國)이라고 적는다. '재산이 나라에 맞먹을 정도'라는 표현이다.

그런 요즘의 중국 부자들이 일선에서 느닷없이 물러나고 있다. 알리바바의 마윈(馬雲)에 이어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레노버의 류촨즈(柳傳志) 등이 그렇다. 그에 앞서 중국 최대 보험그룹, 금융계 거물 등이 줄줄이 낙마했다. 부를 이루기도 어렵지만, 지키는 일은 더 어려운 모양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말이다.

마윈

 

마화텅

 

류촨즈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4/201910240345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