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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1] 2000년 이어지는 經學의 시대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1.01. 03:11

본래는 옷감 짜는 베틀의 세로와 가로 선을 일컫는 말이 경위(經緯)다. 그로부터 이 글자들은 더 나아가 남북(南北)을 잇는 길, 동서(東西)로 난 도로를 각각 지칭했다. 이는 나중에 지구의 좌표(座標)를 표현하는 서양 단어의 번역에도 등장한다.

longitude는 동서로 떨어진 거리를 가리키는 단위다. 동양은 이를 경도(經度)로 옮겼다. 남북을 잇는 선이 일정한 사이로 떨어져 있음을 표현한다. 이른바 종축(縱軸)이다. 옆으로 이어지면서 남북으로 떨어진 간격을 표현하면 위도(緯度)다. 횡축(橫軸), latitude의 번역어다.

동양에서는 그 앞뒤를 따진다. 경위(經緯)라고 적어 남북 종축을 먼저 세우고, 동서의 횡축을 뒤에 붙인다. 남북의 종축은 존비(尊卑) 개념이 강하다. 누가 먼저라거나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에 비해 동서의 횡축은 평등과 자유의 의미가 짙다.

그래서 가장 높은 가르침을 적은 책을 경()이라고 부른다.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사유를 담은 책에 일반적으로 따르는 명칭이었으나 어느 때부턴가 유교(儒敎)의 경전만을 그 안에 뒀다. 한()나라가 중국의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때는 다른 제자백가의 사고를 다 뭉개고 유교만을 최고 가르침으로 받들었다. 이른바 독존유술(獨尊儒術)이다. 이로부터 '경학(經學)의 시대'가 열렸다. 중심 사상을 떠받쳐 인위적 질서를 세우고자 했던 노력이다. 이 개념은 중국 사상사의 흐름을 적은 펑유란(馮友蘭)이라는 학자가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그로부터 2000여 년. 중국은 아직 ‘경학의 시대’다. ‘중심’을 세워 ‘주변’을 이끄는 구조다. 비록 공자의 유교는 공산주의 이념으로 바뀌었지만 중심과 핵심을 강조하는 본질은 같다. 공산당 대회가 열리는 요즘 다시 지켜보는 대목이다. 자유와 평등보다는 중심과 질서를 강조하는 중국의 ‘역()방향 질주’는 늘 현재 진행형이다.

펑유란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31/201910310317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