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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3] ‘水滸傳’ 양산박과 홍콩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1.15. 03:12

문화적 함의로 칠 때 중국인들이 함부로 오를 수 없는 산()이 있다. 양산(梁山)이라는 곳이다. 지금의 산둥(山東) 서남쪽에 어엿한 행정구역 명칭으로 남아 있다. 소설 ‘수호전(水滸傳)’의 무대인 양산박(梁山泊)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졌다.

소설 내용처럼 이곳에 오른 두령 108명은 관()에 쫓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도와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질렀지만 대개는 행정적 수탈과 압박을 피해 살던 곳을 뜬 이들이다. 이들의 사정을 전하는 성어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양산에 올랐다[逼上梁山]'는 말이다. 이는 때로 백성이 일으키는 민란(民亂)을 가리킨다. 권력을 앞세워 가혹하게 나오는 관, 그에 처절하게 맞서는 민()의 구도다. 왕조 교체가 아주 빈번했던 중국에서는 자주 번졌던 풍경이다. 권력에 쫓긴 이들을 표현하는 말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숲속의 좋은 사내들[綠林好漢]'이라거나 '부자를 털어 가난한 이를 돕는 사람[殺富濟貧]'이라는 식이다. 어느 정도의 긍정과 공감이 들어 있는 표현이다.

그러나 황제의 권력이 절대적인 중국에서 반기(反旗)를 드는 일은 쉽지 않다. 왕조 권력 또한 이들을 궁지에 몰다가 결국은 끌어안는 자세를 취한다. 이른바 초안(招安)이다. 안무(按撫)라고도 적고, 귀순(歸順) 또는 귀의(歸依)와 귀부(歸附)로도 부른다. 소설 '수호전'의 대미(大尾)도 그렇다. 두령 108명이 이끄는 양산박 성원이 북송(北宋) 황제의 발밑으로 들어가 말 잘 듣는 순민(順民)으로 자리를 되찾는다는 식의 해피엔딩이다.

홍콩이 줄기차게 공산당의 황제 권력에 맞서고 있다. 중국 당국도 양보 기미가 전혀 없다. 해피엔딩은 아주 어려워 보인다. 임금에게 충성하라는 과거 충군(忠君)의 가치를 닮은 공산당의 통제와 복종이라는 틀, 자유와 민주를 지키려는 홍콩인의 주향(走向)은 결코 좁혀지지 않는 두 가닥 평행선이기 때문이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4/20191114037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