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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5] 중국의 구름 기상도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1.29. 03:12

드넓은 중국 땅을 지나가는 구름은 다양하다. 흰 구름 백운(白雲), 높은 하늘의 구름 청운(靑雲), 색색의 구름 채운(彩雲)은 어감이 좋다. 낭만적 감성을 자아낸다. 그러나 사람이 빚어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을 때 중국인이 입에 올렸던 구름도 많다.

우선 풍운(風雲)이다. 바람과 함께 닥치는 구름이다. 보통은 먹구름이 제격이다. 거센 바람과 함께 험악하게 모여드는 구름이다. 그 시커먼 구름은 흑운(黑雲)이라고 적거나 까마귀 색과 같다고 해서 오운(烏雲)으로도 부른다. 그래서 '풍운'이라는 단어는 거대한 기운, 아니면 그로써 생겨날지 모를 대단한 변화를 예고한다. 중국에서는 풍기운용(風起雲湧)이라고 성어식으로 적는다. 바람이 일고 구름이 솟아오르는 기상(氣象)이다. 험악한 상황의 도래를 암시하는 말이다. 그래서 구름이 모여들면 뭔가 어수선하다. 운집(雲集)은 그를 형용하는 단어다. 좀 더 분위기가 나빠지면 전쟁으로도 이어진다. 그래서 전쟁을 구름과 함께 병렬해 전운(戰雲)으로도 적는다. 운무(雲霧)는 단순한 기상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뭔가에 가려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국면을 말할 수도 있다. 상황이 아주 모호하다가 나쁘게 번질 수 있는 때다. 우리도 잘 쓰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의 경우다.

홍콩을 덮었던 검은 구름과 안개는 아직 걷히지 않았다. 반중(反中)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이어 중국과 해협을 사이에 둔 대만의 분위기도 범상치 않다. 호주에 망명을 신청한 자칭(自稱) ‘중국 스파이’가 중국의 대()대만 정보 공작을 폭로해서다. 대만 당국은 ‘스파이’가 지목한 중국인 상사(上司)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마침 그는 타이베이(臺北)에 체류 중이었다. 대만 언론들은 이런 때의 구름을 의운(疑雲)으로 적었다. ‘큰 의혹 덩어리’란 뜻이다. 홍콩에 이어 대만해협에 격랑과 거센 풍파를 몰고 올지 모를 예사롭지 않은 구름이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8/20191128035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