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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8] 덩샤오핑과 시진핑 이름의 平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2.20. 03:13

우리 쓰임새도 적지 않은 강구연월(康衢煙月)이라는 성어는 평화롭고 넉넉한 세상을 가리킨다. 앞의 ‘강구’라는 단어는 넓고 평탄한 길이다. ‘연월’은 아지랑이처럼 공중에 은은하게 낀 내와 그 위의 달이다.

넓게 펼쳐진 거리에 뭔가 차분하게 가라앉은 안정(安定)의 형용이다. 다른 한자 단어로 표현한다면 평온(平穩)이다. 중국에서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사평팔온(四平八穩)이라는 성어를 곧잘 쓴다. 퍽 안정적이어서 오류나 혼란 등이 없는 경우다.

중국인의 의식 속에 이 '평온'을 향한 갈구는 아주 집요하다. 우선 글자 '평()'의 조어(造語) 행렬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어의 peace는 중국어로 화평(和平)으로 적는다. 모두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안정적 환경이다.

승평(昇平)과 태평(太平)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중국인이 정말 꿈꾸는 세상이다. 전란과 재난이 없어 살기 좋은 세월이다. 평안(平安)은 걱정이나 탈 없이 잘 지내는 상태다. 일이 순조롭게 펼쳐질 때인 평탄(平坦), 평순(平順)도 어감이 좋다.

험한 산길을 가리키는 기구(崎嶇), 험준(險峻)은 그래서 기피 대상이다. 물이 흘러넘쳐 안정적 상황을 해치는 동탕(動蕩), 더 나아가 걷잡을 수 없는 동란(動亂)은 중국인이 가장 경계하는 장면이다.

집권 공산당 또한 다른 무엇보다 유온(維穩)을 특히 강조한다. 안정[]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그런 바람 때문에 이름에 '평'을 쓰는 사례가 많다. 현대 중국의 두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과 시진핑(習近平)이 그렇다.

개혁·개방으로 조금 이뤘던 덩샤오핑의 성취[小平]를 시진핑이 더 큰 치세(治世)로 이끈다[近平]고 풀이할까. 그러나 상황이 예전만 못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표현대로 미·중 마찰을 비롯한 국내외 위협적인 요소가 마치 ‘전쟁을 알리는 봉홧불이 사방에서 일어나는 봉연사기(烽烟四起)’ 분위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19/20191219038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