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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1] 民生과 도탄(塗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1.10. 03:12

집안 형편이 경제적으로 매우 쪼들리는 경우를 가난이라고 한다. 한자 단어 간난(艱難)이 순우리말로 변한 결과다. 본래는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많은 경우의 심한 어려움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보통 곤란(困難)이라는 말을 잘 쓴다. 삶의 환경이 가혹한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를 물과 불로 설명할 때도 있다. 깊어진 물, 너무 뜨거운 불을 가리키는 성어 수심화열(水深火熱)이다.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이다. 물과 불만을 강조해 아예 수화지중(水火之中)으로도 적는다.

우리에게 친숙한 '도탄(塗炭)'도 그 맥락이다. 앞의 도()는 물이 거세게 휩쓸고 지나간 뒤의 진창, 뒤의 탄()은 불길이 남긴 숯 바닥이다. 그래서 민생이 어려워졌을 때 "도탄에 빠졌다"고 표현한다. 보통 사람에게 시련을 주는 험악한 환경이다. 반대는 안거낙업(安居樂業)이다. 편안하게 제 집에 머물면서 자신의 생업을 즐겁게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나라가 평화롭고 백성의 삶이 안온하면 국태민안(國泰民安)이다. 모두 태평(太平)을 향한 중국인의 간절한 희구(希求)가 담겨 있는 성어다.

중국에서 '나날'이라고 풀 수 있는 단어가 일자(日子)다. 그래서 그 앞에 '좋을 호()'를 붙이면 살아가기 좋은 시절을 지칭한다. 고생이 이어지는 때는 '고()'를 적는다. 요즘 중국에서는 허리띠 졸라매는 경우를 상정해 그에 '긴()'을 덧댄다.

최근 중국 재정부장과 상무부장이 잇따라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나날[緊日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에 따라 무역, 해외투자, 국내 소비 등이 모두 줄어들며 경기가 길고 어두운 하강세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국은 이처럼 경각심이라도 있다. 그와 어느덧 동조화(同調化)한 한국의 경제가 문제다. 우선 청와대의 경계심이 전혀 보이질 않아 걱정이다. 도탄에서 민생이 신음할 가능성은 우리가 중국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09/202001090408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