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10~11월 휴강한 교수 제보해달라” 입시 1타 강사의 수소문, 왜

김승현 기자 김병권 인턴기자(서강대 국어국문학과 졸업예정)
입력 2023.07.15. 03:00 업데이트 2023.07.15. 07:02

일러스트=이철원

대치동 학원가의 ‘1타 강사’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위원을 알아내기 위해 제보를 받고 사례를 약속했던 사실이 14일 알려졌다. 실제로 대치동에서는 대입 강사들이 “수능 출제 위원을 알고 있다”는 식으로 자신을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원가에서는 대입 강사와 수능 출제자의 유착 관계는 공공연한 일이었다는 말이 나왔다.

수능 국어영역 강사인 A씨는 작년 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수업을 갑자기 하지 않는 교수님이 있다면 제보를 부탁한다. 최초 제보자 위주로 사례하겠다. 메시지를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글이 올라온 때는 2022년 수능일(11월 17일) 무렵이었다. A씨는 강남 대치동과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서 활동 중인 인기 강사다.

A씨가 휴강한 대학교수를 수소문하는 이유는 이들이 수능 출제 위원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출제 위원 후보군을 마련해놓고 수능 한 달 전에 교수들에게 통보한다. 교수들은 수능일 한 달쯤 전부터 특정 장소에서 합숙하며 문제를 출제해야 해 대학 수업이 불가능하다. 급하게 수강생들에게 휴강 공지를 할 수밖에 없고, 이 구조를 아는 수능 강사들이 휴강 공지를 한 대학교수들 명단을 제보받는 것이다. 강사들은 ‘긴급 휴강’ 교수 명단을 추려낸 뒤 이들의 논문이나 주요 연구 주제 등을 파악해 수능 예상 문제를 만들거나, 출제 경향을 강의에 적용한다고 한다.

대치동에서 재수 단과학원에 다니는 김모(19)양은 “지난해 한 수능 영어 강사로부터 ‘(수능) 출제진으로 들어간 이에게 문제를 받아 나눠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신뢰감이 높아지고 수능을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대치동 논술 강사 김모(58)씨도 “잘나가는 강사들이 대학에 간 제자를 통해 휴강한 교수와 세부 전공을 파악해 시험 출제 주제를 추론한다는 말은 암암리에 돌았다”고 했다.

수능 강사들의 이 같은 행위는 편법이지만, ‘사교육 카르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 김용련 한국외대 교육학과 교수는 “편법 행위가 당장은 위법 사항이 아니더라도 교육 당국이 살펴보고 불법성이 발견되면 처벌까지도 검토할 필요도 있다”며 “본질적으로 과도한 입시 경쟁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3/07/15/K3ZILIO27FBX5MHLPMFHSOXX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