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논설위원
입력 2023.07.27. 20:08 업데이트 2023.07.28. 05:13
우주 탐사선이 모은 이미지를 토대로 세계 최초 3차원(3D) 소행성 지도책이 나오는 데 기여한 공동 저자가 세계적 록밴드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라고 한다. 알고 보니 그는 영국의 명문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천체물리학 박사과정으로 진학한 수재였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멤버들에게 이런 독설을 날리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아니었으면 넌(드럼 주자 로저 테일러) 치과 의사가 되고 주말에 술집에서나 드럼을 쳤겠지. 넌(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박사님이 되어 우주에 대해 아무도 안 읽는 논문을 쓰겠지.” 브라이언 메이는 음악 활동을 하느라 박사가 되지 못했다. 30여 년 만에 전공 공부로 되돌아가 예순 되던 해인 2007년 논문을 끝내고 뒤늦게 천체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모교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과학에도, 음악에도 재능 있었던 퀸 멤버들처럼 음악가 중에 수재도 많고 뛰어난 수학자나 물리학자들 중에 음악에 조예가 깊은 사람도 꽤 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과 막스 플랑크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고 연주도 함께했다. 아인슈타인의 바이올린 사랑은 유별났고 평생 모차르트 음악에 심취했다. 서양에서 음악과 수학·과학은 동떨어진 분야가 아니라 2000년 넘게 자매 학문으로 발전해온 전통과도 무관치 않다.
▶서양 음악학의 시조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잘 알려진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다. 피타고라스는 어느 날 대장간 옆을 지나다 망치질 소리를 듣고는 망치 무게에 따라 조화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수학적 비율을 정리했다. 이를 ‘피타고라스 음률’이라고 한다. 피타고라스는 만물의 원리가 수(數)에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음악의 하모니뿐 아니라 천체의 조화를 연구하는 데도 적용했다. 이런 전통이 근대 서양의 수학, 물리학, 천체물리학, 음악 발전으로 이어진다. 헝가리 작곡가 바르토크는 중세 이탈리아 수학자 피보나치가 만들어낸 수열에 따라 음악 마디를 나누고 1대1.618의 황금비에 따라 클라이맥스를 두는 식으로 작곡했다.
▶독일의 수학자이자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음악은 인간 정신이 계산을 무의식적으로 하면서 경험하는 즐거움”이라고 했다. 피아노를 배운 아이들이 그러지 않은 아이들보다 수학 문제를 더 잘 풀었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음악도, 미술도, 체육도 다 팽개치고 어린 초등생을 의대 준비반에 보내는 학부모들이 한번 생각해볼 만한 사례다.
브라이언 메이![]() |
프레디 머큐리![]() |
로저 테일러![]() |
아인슈타인![]() |
막스 플랑크![]() |
피타고라스![]() |
바르토크![]() |
피보나치![]() |
라이프니츠![]() |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3/07/27/NSG6VCDKG5HG3K3NWMQFEAHJ4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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