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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취업 포털의 변신, 이젠 ‘HR 테크기업’ 입니다

채용 시장 얼어붙자… 단순 구직자 연결서 AI·빅데이터 기술 도입
이해인 기자
입력 2023.09.26. 03:00

‘마케팅 기획 신입 지원자로서 커뮤니케이션 및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요구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취업 채용 포털 사람인에 접속해 이력서 작성에 앞서 마케팅 기획 분야를 선택하니 인공지능(AI)이 이 같은 초안을 제시했다. 구직자가 주요 직무 역량과 경험을 간단하게 입력하면 AI가 경력 소개서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AI 커리어 브랜딩’ 서비스다. 앞서 사람인은 AI가 자기 소개서를 수정해주고 자기 소개서를 바탕으로 예상 면접 질문을 추출해주는 서비스도 출시했다. 사람인 관계자는 “취업 포털에서 단순히 채용 정보를 모아 제공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커리어 시장에서 변화하는 사용자 니즈(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해주기만 했던 전통 채용 플랫폼들이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하며 HR 테크 기업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사람인처럼 구직자에게 AI를 기반으로 한 각종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기업을 대상으로 채용 관리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글로벌 경기 불황에 따라 채용 시장 자체가 얼어붙자 살아남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 앤드 마켓에 따르면 인재 채용과 인사 관리에 기술을 접목하는 HR 테크 시장 규모는 2021년 325억8000만달러(약 43조5000억원)에서 매년 10%씩 성장해 2031년 765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래픽=이철원

◇AI가 예상 연봉 알려줘

2000년 안팎 등장하기 시작한 국내 채용 플랫폼 업체들은 경제성장기에 취업 준비생들의 필수 사이트로 자리매김하며 성장했다. 다양한 기업의 공채 정보를 한 공간에서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 불황으로 채용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었고 원티드랩, 로켓펀치, 리멤버 등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사정이 달라졌다. 공채 중심 채용이 수시 중심 채용으로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분야가 됐다”며 “업력과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종 기술을 도입해 테크 기업으로의 사업 확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고 했다.

챗GPT같은 AI 활용 서비스는 기본이 됐다. 원티드랩은 지난 5월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AI를 활용해 이직 가능 회사와 예상 연봉을 제안해주는 서비스 ‘커리어맵’을 내놨다. 목표 연봉을 설정하면 도전할 수 있는 더 좋은 회사나 확장 가능한 직무를 제안해주는 식이다. 원티드랩 관계자는 “270만 이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봉 예측 기술을 개발했다”며 “개인의 커리어 개발과 목표 연봉 달성을 돕고자 만든 서비스”라고 했다. ‘AI 기반 종합 커리어 플랫폼’을 선포한 잡코리아는 AI를 활용해 기업과 구직자 데이터를 분석해 합격 가능성이 높은 인재와 기업을 매칭해주는 ‘원픽’ 서비스를, 인크루트는 챗GPT 기반 자소서 트레이닝 플랫폼 ‘잘쓸랩’을 선보였다.

◇채용의 디지털 전환... SaaS가 먹거리

채용 플랫폼 업체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기업용 채용 관리 SaaS다. 사람인은 지난달 공고 게재부터 서류 검토, 면접, 평가 및 합격자 발표까지 한번에 가능한 채용 관리 설루션 ‘리버스’를 론칭했다. 사람인 관계자는 “채용 트렌드가 대규모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바뀌어 가면서 채용이 특정 시기에 잠깐 하는 업무가 아니라 연중 일상 업무가 됐고 구직자 관리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인크루트도 비슷한 서비스 인크루트웍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기존 인적성 검사의 한계를 보완해 내놓은 게임형 검사 ‘문제 해결 게임(PSG)’이 기업들에 호평을 받았다. 간단한 문제를 푸는 방식의 인적성 검사가 아니라 무인도에 고립된 상황에서 최대한 오래 생존하기 위해 본인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에서 이를 도입해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채용 관리 SaaS 시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3/09/26/PPGLK54EIJCOJCY3OPWNXQ35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