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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44회 ‘허위 보고서’에도… 면죄부 준 진실화해위 징계위

‘해임’ 요구된 조사관 정직 1개월 징계 논란
김승현 기자
입력 2024.01.16. 03:00

일러스트=이철원


과거사 조사 기관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진실화해위)’의 조사관이 44차례에 걸쳐 현장에 가지도 않고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이와 같은 사실은 작년 말 진실화해위 자체 감사에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감사 보고서를 통해 해당 조사관의 ‘해임’을 청구했지만, 진실화해위 산하 징계위원회는 ‘정직 1개월’을 결정했다고 한다. 1개월 정직은 해임보다 2~3단계 가벼운 징계다.

징계위는 민주당 추천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징계위원장), 민변 출신 사무처장, 비상임위원과 외부 민간위원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징계 결정은 징계위원장을 비롯한 야권 성향 상임위원들이 주도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진실화해위 내부에서 “봐주기 징계”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해당 조사관과 징계위원장은 평소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 조사관은 지난 2021년 10월부터 경북 영천·문경 지역의 ‘국민보도연맹 사건’ 조사를 담당했다. 국민보도연맹은 이승만 정부가 1949년 좌익 인사 전향을 목적으로 만든 단체다. 군경은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자 경북 영천과 문경, 경남 진주 등 전국에서 “좌익 세력에게 협조할 우려가 있다”며 보도연맹원을 숙청했다. 보도연맹원 생존자와 유족들은 진실화해위에 사건 진상 규명을 요구했고, 관련 조사를 A 조사관이 맡았다.

진실화해위 조사관들은 담당 사건 관계자들을 만나러 지방 출장을 다니고 진술 조서와 보고서를 낸다. 감사 결과, A 조사관 역시 3년간 사건 관계자들과 문답한 내용을 담은 진술 조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화해위는 작년 10월 A 조사관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경북 영천 지역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21명 중 15명에 대해 국가의 사과와 피해 보상 조처를 권고했다.

하지만 A 조사관은 44차례에 걸쳐 진술 조서에 적힌 날짜에 출장을 가지 않고도 출장비를 받아 온 것으로 감사에서 드러났다고 한다. 진실화해위는 A 조사관의 고속도로 하이패스 이용 기록이나 전산망 자료 등을 통해 허위 진술 조서에 대한 증거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A 조사관에 대한 징계위가 지난 10일 열렸고, ‘해임’이 아닌 ‘’정직 1개월’ 결정이 나왔다. 징계위 관계자에 따르면, A 조사관은 “기재한 날짜에 다녀오지 않은 것일 뿐 추후에 방문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 조사관이 낸 소명 자료에서도 허위 사실이 발견됐고, 실제 출장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징계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징계위원은 회의 초반부터 “날짜 오류이기 때문에 감봉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 실무를 담당했던 김민형 진실화해위 운영지원담당관은 “증거가 명백한데도 공무원이 이념적 판단으로 경징계나 무죄로 유도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징계위 관계자는 “과거사 조사에서 조사 날짜가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며 “과거사 피해자들이 피해 보상을 위한 법정 소송을 갔을 때 조사 날짜가 뒤바뀌는 경우 소송 결과까지 달라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했다.

A 조사관은 본지에 “허위로 진술 조서를 작성한 경우는 없었다”며 “결과적으로 주위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진실화해위 측은 “조만간 경찰과 국민권익위원회에 공문서 위조 혐의로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항일 독립운동과 6·25 전후 민간인 희생 등의 진상을 규명한다는 취지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만들어졌다가, 문재인 정부인 지난 2020년 재출범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4/01/16/LOMCCZDVAJDXPNJNATYX2RP5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