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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창의 음악감상

걸그룹이 부르는 서태지 노래… 뉴트로 열풍

 

걸그룹이 부르는 서태지 노래… 뉴트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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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유감

에스파 - 시대유감 (2024)
서태지와 아이들 - 시대유감 (1995)

러브원원나인(Love119)/응급실

라이즈 - 러브원원나인(Love119) (2024)
이지(IZI) - 응급실 (2005)

Must Have Love

ATBO - Must Have Love (2023)
김용준, 가인 - Must Have Love (2006)

백전무패

TIOT - 백전무패 (2023)
클릭비 - 백전무패 (2001)

엘리베이터

백호 - 엘리베이터 (2023)
박진영- 엘리베이터 (1995)

걸그룹이 부르는 서태지 노래… 뉴트로 열풍
1990~2000년대 인기곡 아이돌의 리메이크 봇물
윤수정 기자
입력 2024.01.18. 03:00

“왜 기다려 왔잖아/ 모든 삶을 포기하는 소리를/ 이 세상이 모두/ 미쳐버릴 일이 벌어질 것 같네.”


최근 '서태지와 아이들'의 곡 '시대유감'을 29년 만에 리메이크로 부활시킨 걸그룹 에스파. 팬들 사이에선 "제목을 현재 적용해도 딱 맞는 곡"이란 호응이 나왔다. 왼쪽부터 멤버 지젤, 윈터, 카리나, 닝닝. /SM

15일 공개된 4인조 걸그룹 에스파의 신곡 ‘시대유감’은 1995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그해 낸 4집 수록곡을 리메이크했다. 이 곡은 발표 당시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었다. 기득권층에 대한 환멸을 담아낸 원래 가사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자 항의 표시로 가사를 빼고 발표했다. 이듬해 팬들의 서명운동으로 음반 사전심의제가 폐지됐고, 가사를 넣어 다시 발매했다. 서태지에게 ‘문화대통령’ 별칭을 붙여준 이 곡이 걸그룹에 의해 29년 만에 부활했다.


2024년 새로 부활한 곡 '시대유감'의 음반 표지. /SM

과거 인기곡을 리메이크나 샘플링(기존 곡의 주요 선율을 따오는 것)으로 부활시키는 K팝 아이돌이 늘고 있다. 리메이크 시기는 특히 ‘1990~2000년대’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일 보이그룹 ‘라이즈’는 밴드 ‘이지(IZI)’의 2005년 발매곡 ‘응급실’의 주요 멜로디를 따온 신곡 ‘러브원원나인(Love119)′을 선보였다. 지난 11월 보이그룹 ATBO는 ‘Must Have Love’를 새 활동곡으로 골랐다. 2006년 그룹 SG워너비 멤버 김용준,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 가인이 함께 불러 인기를 끌었던 대표 겨울곡이다. 지난해 8월에는 보이그룹 TIOT가 보이그룹 클릭비의 ‘백전무패(2001년 발매)’, 그룹 뉴이스트 출신 가수 백호는 가수 박진영의 1995년 히트곡 ‘엘리베이터’를 무대 의상까지 비슷하게 재현했다.


리메이크 인기 원인은 팬데믹 직후 거세진 ‘뉴트로(새로운 복고) 인기’가 꼽힌다. 최근 1990년대 ‘X세대’ 말투 인기처럼 TV 예능과 드라마, 패션 등 여러 분야에서 그 시절 유행이 1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 해 인기곡의 흐름을 총결산하는 연말 가요제에서도 ‘뉴트로’가 대세다. 지난 11월 CJ ENM ‘마마(MAMA) 어워즈’는 1990년대 한일 양국에서 인기를 끈 엑스재팬과 K팝 아이돌들의 합동 무대를 앞세웠다.

전문가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대중음악계에서 MZ세대들의 부모 세대 곡들이 생명력을 이어오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대유감’을 부른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들은 이 곡이 탄생했을 땐 세상에 없던 2000년대생이다. 이문원 평론가는 “한국에선 IMF 직전까지 평균 8%대 성장률을 유지했던 1990년대 호황기, 미국에선 냉전에 맞서는 자유·자본주의 찬양 가사가 두드러졌던 1980년대 팝의 전성기, 일본에선 1986~1991년 사이 버블 경제 호황기 곡들이 계속 인기를 끌고 있다”며 “가장 행복했던 기억과 격렬한 시대 변화가 공존한 그 시기 음악들이 후배 세대에게 무용담처럼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옛 가요에 대한 탐닉이 현 음원 시장의 불황을 내포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최근 K팝 아이돌은 음반은 잘 팔리지만 음원은 잘 팔리지 않고, 대표곡의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메이크곡 발매는 가요계에서 빈약한 대중성을 보완하는 동시에 선배 가수의 음악적 유산을 계승한다는 의미까지 거둘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에스파의 음반 기획사인 SM은 ‘시대유감’의 리메이크곡 버전뿐 아니라 원곡 가수인 서태지가 부른 버전의 뮤직비디오를 더 좋은 음질로 새로 제작해 함께 공개하면서 “서태지의 음악적 유산을 되살린 중요한 대중음악사적 장면”이란 해석을 앞세웠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음악 업계에선 불황이 찾아올 때마다 기존 인기곡을 리메이크하며 안정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역사적 패턴이 반복돼 왔다”고 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4/01/18/AMVUCFLOOFABJIYPBWQVFQIBH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