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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운동도 술·담배처럼 중독되면 오히려 건강 해친다

안상현 기자
입력 2024.02.01. 10:50 업데이트 2024.02.01. 11:15

일러스트=이철원


운동도 술·담배처럼 중독되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기 마련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1일 운동중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가 진단법을 소개했다.

운동중독은 평소 매일 빠짐없이 운동하는 사람이 이를 중단했을 때, 일종의 금단 현상을 겪는 것을 말한다. 운동중독의 배경에는 호르몬이 있다. 운동을 하면 뇌에서 엔도르핀, 아난다마이드와 같은 행복 호르몬들이 분비되면서 불안과 우울증 완화는 물론 스트레스 감소, 성취감 등을 느끼게 된다. 나아가 자신의 신체 한계를 넘어선 운동을 수행하면 심한 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해 뇌에서 다시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럴 경우 즉각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통증을 줄이기 위한 호르몬에 자신도 모르게 중독되는 것이다.

운동중독 크게 6가지 항목으로 진단해볼 수 있다. ①하루 한번 이상 규칙적인 스케줄에 맞춰 운동한다 ②다른 활동보다 우선시한다 ③운동 내성이 증가한다 ④중단 시 혼란 같은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⑤재개 시 금단증상이 경감된다 ⑥운동에 대한 갈망을 경험한다 등으로, 이 중 2개 이상 항목에 해당한다면 운동중독으로 볼 수 있다. 이주강 재활의학과 교수는 “운동에 중독돼 자신의 일상에 영향을 줄 정도로 탐닉하고 있다면 이미 중독이 시작된 단계로 볼 수 있다”며 “나아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흡연자나 알코올 중독자가 담배와 음주를 즐기듯이 습관적으로 운동만 반복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면 운동중독에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운동중독이라고 해서 매일 헬스장에서 고강도 운동을 하는 ‘마니아’들만 걸리는 것은 아니다. 고강도 운동 시 운동중독에 빠질 확률이 높지만, 걷기와 같은 저강도 운동에도 중독될 수 있다. 매일 3km 정도 규칙적으로 3~4개월을 걷는다면 역시 중독될 수 있다. 즉, 하루라도 걷지를 못하면 불안감과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되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자나 심장질환 등이 있다면 운동중독 시 받는 피해는 더욱 크다. 근골격계 질환자가 운동에 중독되면 통증이 심해지고 신체 변형이 생기거나 부상이 악화할 수 있다. 또 운동도중 급작스러운 심장발작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또한 등산을 즐기는 중년이 자신의 무릎 상태에 개의치 않고 등산을 해 무릎 염증이 더욱 악화하는 경우도 잦다. 이 경우 염증 악화로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병훈 정형외과 교수는 “운동은 건강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중년들의 경우 신체 노화로 근력량이 줄고, 관절을 보호하는 인대 등의 기능 역시 약해져 있을 수 있다”며 “그런 상태에서 자신의 신체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운동을 할 경우 근골격계 질환이 악화해 정상인보다 빠르게 의학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medical/2024/02/01/DDMVTSZBFFFWDJ3JJXIR347V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