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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단독] “예쁜 후기 작성 도와주실 분, 한달 995만” 교활한 신종 스팸 걸러낸다

총선 앞두고… KT ‘불법 스팸과의 전쟁’ 나서
강다은 기자
입력 2024.02.06. 03:00 업데이트 2024.02.06. 06:31

단 한 건의 스팸 문자만 보내도 AI(인공지능)가 발신자를 추적해 차단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KT는 AI 기술을 활용해 기업이 발송하는 단체 문자 중 불법 스팸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AI 클린 메시징’을 올해 초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KT가 개발한 AI 클린 메시징 기술은 이용자가 1건이라도 불법 스팸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하면 AI가 즉각 발신자 URL(인터넷 주소)을 확인해 발신자를 차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선거운동 사무소에서 발송한 문자로 위장하고서 실제로는 대부업체로 연결된다면 AI가 해당 문자의 URL을 확인하고, KT는 더는 이 업체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것이다. 기존에는 KISA에 불법 스팸 신고가 30건 등 일정 건수 이상 접수돼야 KT 직원들이 일일이 문자 내용을 확인해 발신자를 차단할 수 있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단체 문자메시지 발송에 쓰는 비용만 수백억 원대에 달하고, 불법 스팸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통신 3사를 중심으로 스팸 문자를 차단하고, 이용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래픽=이철원


◇선거철 더 극성인 스팸, AI가 걸러낸다

‘신용카드 발급 완료. 본인 아닐 시 즉시 신고. 문의 1666-××××’

휴대전화 이용자라면 한 번쯤은 받았을 문자메시지다. 기업이나 사업주가 안내·홍보 등의 목적으로 다수의 이용자에게 문자를 발송하는 것을 기업 메시징 서비스라고 한다. 국내에선 이동통신망을 보유한 KT와 LG유플러스를 비롯해 중소 업체까지 10곳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0년 1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시장 규모가 2020년 1조원을 넘어섰고, 2025년엔 1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 메시징 서비스엔 정상적인 문자도 많지만, 상당수가 불법 스팸이다. 한국방송통신위원회와 KISA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신고가 접수된 휴대전화 스팸 문자만 1억89만건이다. 2022년 하반기보다 690.1% 증가했다. 최근엔 지인을 사칭해 가짜 부고나 청첩장을 보내는 등 이전보다 교묘한 수법의 스팸 문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KT는 새로 개발한 AI 기술로 KT를 통해 발송되는 월 90만건 정도의 스팸 문자를 50만건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1년이면 500만건 정도 스팸 문자를 줄이는 셈이다. KT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를 1월 시작,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스팸 문자를 줄이는 데도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급증하는 불법 스팸으로 인한 불편과 피해가 커지면서 정상적인 문자까지 신뢰성을 잃는 상황”이라며 “문자 발신을 의뢰하는 기업 고객을 잃는 한이 있어도 스팸을 근절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또 이달 중 거대 언어 모델(LLM)을 활용하는 추가 기능도 선보인다고 했다. 정상적인 메시지처럼 보이지만 마약을 뜻하는 ‘비타민 음료’ ‘캔디’ 같은 은어를 쓰거나 단어 조합을 바꾸는 교묘한 스팸까지 AI가 걸러내 차단하는 것이다.


◇”개별 기업 대책으론 한계, 정부가 나서야”

다른 통신사도 스팸을 줄이는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4월 스팸 문자 발송 서버를 추적해 원천 차단하는 ‘리다이렉티드 URL 트레이스 기술’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은 기업 메시징 서비스를 하지 않지만, 스팸 문자를 받은 고객이 발신자 번호를 차단할 수 있는 ‘T스팸필터링 앱’을 무료로 제공한다. 통신 3사는 지난해 공동으로 메시지 수신 때 인증된 기관이 발송한 것인지 확인해 스팸 피해를 막는 RCS(Rich Communication Suite) 시스템도 도입했다.

스팸 근절을 위해선 기업들이 개별 대책을 내기보단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정 기업만 스팸 문자를 검출하면 발신자가 다른 업체나 통신망을 옮겨가서 ‘풍선 효과’만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문자가 발송된 후 스팸을 적발해 내는 것이 아니라 문자를 보내기 전부터 스팸 문자를 걸러내 차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비밀보호법 때문에 문자 내용을 미리 볼 수 없어 스팸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4/02/06/MUOKTA25HNCUPDD5SLUZLIWY4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