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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거울아 거울아, 누가 몰카 찍니?” 에스컬레이터 벽은 알고 있다

김동현 기자
입력 2024.02.13. 03:00 업데이트 2024.02.13. 06:31


일본 기차역 에스컬레이터 벽에
몰카 방지용 특수 거울 시험 설치

일러스트=이철원
지난해 12월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 미도리구 우라와미소노역 에스컬레이터 옆 벽에 설치된 A3 용지 크기 특수 광각 거울. 시야각이 넓어 서너 칸 아래에 탄 사람까지 관찰할 수 있다./사이타마 고속철도


일본의 한 철도 회사가 도촬(도둑 촬영)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차역 내 에스컬레이터 벽면에 ‘볼록 광각 거울’을 설치했다. 자동 계단인 에스컬레이터에서 앞선 사람이 거울을 통해 뒷사람의 움직임을 파악해 몰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 것이다.

12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사이타마 고속철도는 지난해 12월 사이타마현에 있는 우라와미소노역 승강장에서 개찰구를 향해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측면 벽에 특수 거울들을 설치했다. 이 거울은 하나가 A4 용지보다 조금 큰 A3 정도 크기(가로 30㎝·세로 42㎝)다. 에스컬레이터 진행 방향을 따라 손을 놓는 핸드레일 위쪽 벽면에 연이어 3개를 설치했다.

이 거울은 크기는 작지만 볼록거울처럼 주변을 넓게 비추도록 특수 제작됐다. 들여다보는 사람의 좌우, 위아래 배경이 훤히 나타난다. 이 덕분에 에스컬레이터 계단 서너 칸 아래 사람의 행동도 관찰할 수 있다. 예컨대 치마를 입은 여성이 뒤쪽에 자신의 속옷을 도촬하려는 사람이 없는지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에 본사를 둔 거울 제조 업체 ‘코미’가 고속철도 측에 제안해 만들었다. 요미우리는 “거울의 두께가 얇아서 벽에 부착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사이타마 고속철도는 반응이 좋으면 다른 역에도 확대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역을 이용해 통학하는 고교 2학년 여학생은 요미우리에 “뒤를 확인할 수 있어 안심이고 머리카락을 가다듬는 등 일상적으로도 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앞서 인근 가나가와현의 한 기차역에서도 에스컬레이터 벽에 도촬 방지용 일반 거울을 설치했다.

일본에서는 전철역이나 기차역 계단, 에스컬레이터 등에서 짧은 하의를 입은 여성 뒤에 따라붙어 사진을 찍는 도촬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사이타마 철도에 접수된 관련 신고만 238건 이상으로 전년의 두 배 수준이었다. 요미우리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인파가 늘면서 주춤했던 몰카 범죄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2/13/OOQWYL2SRVDNLO4NTEURDRIO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