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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만물상] 미·이스라엘 ‘뒤집힌 갑·을’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4.21. 20:44 업데이트 2024.04.22. 00:17

일러스트=이철원


미국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이스라엘이 지난 19일 새벽 이란을 공격했다. 이란의 미사일과 무장 드론 공격을 받은 지 엿새 만에 재보복을 강행했다. 이스라엘은 미국 반대에도 가자지구 라파의 지상전 준비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미국이 민간인 피해 우려를 제기하며 아무리 제동 걸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는 것은 11월 대선을 앞둔 미 바이든 대통령의 지상 과제다. 사망자 3만4000명을 낸 가자 전쟁의 조기 휴전도 필요하다. 재선이 급한 바이든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확전을 자제하라는 당부를 계속하고 있지만 먹혀들지 않는다. 외신 영상에 나오는 바이든의 모습을 보면 마치 이스라엘에 사정하는 듯한 어조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원조도 세계 어느 우방국보다 가장 많이 받았다. 2차 대전 이후 약 2636억달러의 원조를 받았는데 대부분 군사 원조다. 미국은 주변 아랍국에 대해 이스라엘의 질적 군사적 우위(QME: Qualitative Military Edge)를 유지시킨다는 원칙 아래 각종 무기와 방위 물자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나라엔 전력 자산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지만 이스라엘은 예외다. 이스라엘이 사고 싶은데 미국이 안 파는 군사 관련 장비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도 F-35 스텔스기 등 미국이 해외 이전을 제한하는 최첨단 공격 수단이 동원됐다고 한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왜 이스라엘 앞에선 쩔쩔매는 것일까. 미국 내 유대인은 700만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2% 수준이지만 이들은 정·재계, 학계, 언론, 문화·예술계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의 유대계 이익 단체 ‘미·이스라엘 공공 정책위(AIPAC: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미국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최대의 로비 단체다. 정계 인사는 물론 대통령도 유대인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 자신이 대표적인 친이스라엘 정치인으로 꼽힌다. 바이든 백악관의 직원 33%가 유대계로 알려졌고 바이든의 두 며느리가 유대계다.

▶무조건 이스라엘 편만 드는 것이 중동에서 반미 감정을 심화시켜 미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스라엘 편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상 국제 관계에서 강대국이 갑이고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을일 수밖에 없는데 미·이스라엘 관계는 갑을 관계가 뒤바뀐 것 같다.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가 “미국은 이스라엘의 위성국가”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외교·안보·경제 모두 미국 눈치를 봐야 하는 우리로선 이스라엘이 부럽기만 하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4/04/21/IRM2CJI5INFJNFPLUIIGE2ESDM/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