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러스트=이철원

“빅테크, 공짜 뉴스는 없다” 각국 정부가 언론사 지원

변희원 기자 오로라 기자
입력 2024.04.23. 03:30 업데이트 2024.04.23. 06:26

‘사용료 지불’ 法 잇따라 만들어
메타·구글, 뉴스 제공 중단나서

일러스트=이철원



빅테크./AFP연합뉴스

 

언론사와 빅테크 간에 ‘기사 사용료 지급’을 둘러싼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각국 정부가 언론사를 지원하며 적극 개입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구글이 언론사와 뉴스 사용료 관련 협상을 제대로 하지 않자, 지난달 구글에 벌금 2억5000만유로(약 3675억원)를 부과했다. 프랑스는 언론사 뉴스 사용에 관한 저작권법을 2019년 유럽연합(EU) 중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에 따라 구글은 협상을 통해 언론사와 콘텐츠 사용료를 결정해야 했지만, 이런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사 몰래 인공지능(AI) 챗봇 훈련에 기사를 이용한 것도 문제가 됐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는 구글이 언론사를 더 공정하게 대하도록 하려는 프랑스 정부의 노력”이라고 했다.

프랑스뿐 아니다.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 정부와 미국의 주 정부들은 빅테크가 뉴스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 시행에 들어갔다. 거대 플랫폼이 뉴스로 막대한 수익을 얻는 반면, 미디어들은 콘텐츠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해 존립 기반을 위협받기 때문이다. 미디어 산업 위축으로 양질의 콘텐츠 공급이 줄고, 가짜 뉴스 등 저질 콘텐츠가 난무하면서 건전한 ‘공론의 장’이 사라지는 데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빅테크의 반발도 거세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이들 국가에서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 의회가 뉴스 콘텐츠 사용료 지급에 대한 ‘언론 경쟁과 보호 법안’(JCPA: Journalism Competition and Preservation Act)을 추진했으나, 이 법은 빅테크의 반대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빅테크들은 언론사에 유리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맹렬히 로비 활동을 벌인다”고 했다.

지난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350곳이 넘는 언론사가 ‘링크세’ 법안을 지지하는 서한에 공동 서명했다. ‘링크세’는 구글·메타 같은 플랫폼 빅테크들이 사이트에 뉴스 링크(인터넷 주소)를 제공하는 대가로 미디어에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안에 반발한 구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뉴스 제공을 일시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미국 전역 언론사 2200곳을 대표하는 ‘뉴스 미디어 연합’은 “구글이 미디어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반독점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sion)에 조사를 요청했다.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일리노이 주정부도 올해 들어 링크세와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하며 빅테크의 뉴스 사용료 지급을 압박하고 있다.



◇언론사·정부 VS 빅테크

선진국 정부들은 최근 빅테크에 뉴스 사용료를 지불하라는 법안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2019년 유럽 최초로 빅테크에 뉴스 사용료 지급을 강제하는 저작권법을 비준한 프랑스를 시작으로, 2021년 독일, 2023년 영국이 잇따라 비슷한 법안을 시행하며 ‘미디어 산업 지키기’에 나섰다. 호주와 캐나다도 각각 2021년, 2023년에 빅테크에 뉴스 사용료를 요구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뉴스 사용료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자국의 언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빅테크에 뉴스 사용료 지급을 강제한 것이다. 지난 20년간 구글과 페이스북은 언론사 기사와 사용자들이 올린 콘텐츠를 기반으로 이용자를 늘리고 막대한 광고 수익을 냈다.

빅테크와 언론사의 기사 사용료 갈등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더 심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AI 훈련에 우리 기사가 무단으로 사용됐다”며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 “AI 시대엔 뉴스 ‘제값’ 받아야”

뉴스 사용료 지급에 가장 강경하게 대응하는 기업은 메타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유럽 각국과 캐나다에서 뉴스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자, 지난해 9월 이들 지역에서 뉴스 제공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달부터는 호주에서도 뉴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메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뉴스 사용료 지급 의무화’ 법안이 통과되면 뉴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구글은 당초 호주, 캐나다, 독일에서 언론사와 뉴스 사용료 지급 계약을 맺었지만 최근 태도를 바꾸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뉴스 퇴출’ 실험에 나선 상황이다. 테크 업계에선 “뉴스 퇴출이 광고 수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이번 테스트 결과에 따라, 구글도 메타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뉴스 제공을 중단하거나 뉴스 제공 범위를 크게 축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들이 ‘뉴스 중단’이란 초강수까지 두며 반발하는 것은 이 법안이 시행되면 지급해야 하는 ‘뉴스 사용료’가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뉴스가 이들 기업의 수익에 기여하는 것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뉴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언론 매체 수익이 감소하는 만큼, 결국 언론사가 굴복할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컬럼비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안야 시프린은 워싱턴포스트에 “빅테크들은 언론사 기사에 사용료를 내는 법안을 정말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이 법을 막으려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4/04/23/NFW7YZFWFVHBNEVWMG6VDI64ZI/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