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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에 놀란 한은, 긴급 회의… 2% 후반 전망까지 나와

‘1분기 서프라이즈’에 목표 상향
강우량 기자 김희래 기자
입력 2024.04.29. 03:37

그래픽=이철원


“불과 2주 전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국내 소비 회복세가 완만하다. 올해 성장률이 2.1%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는데 민망하게 됐습니다.”

지난 25일 발표된 올해 1분기 성장률(1.3%)이 시장 전망치(0.6~0.7%)를 크게 웃돈 데 대해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28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수치가 나왔기 때문에 한은 내부적으로도 정말 깜짝 놀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발표 전날인 24일 예정에 없던 금융통화위원회 간담회를 소집했고, 조사국에 깜짝 성장의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2.1%)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성장률 전망치(2.2%) 상향 조정에 착수했다. 고유가와 고물가가 지속되는 점은 여전한 불안 요인이지만 기재부와 한은 안팎에서는 올해 2% 후반대 성장률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이철원


◇한은도 발표 전날에야 깜짝 성장 알고 놀라

한은 예상을 뛰어넘은 것은 내수였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개선세가 뚜렷했지만 내수 회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0.2~0.3%대에 머물던 민간 소비 증가율은 올해 1분기 0.8%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 4분기 -4.5%를 기록한 건설 투자 증가율은 2.7%로 뛰었다. 한은 관계자는 “1·2월에는 내수 경기가 별로 좋지 않았는데, 1분기 마지막 달인 3월에 급격히 좋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당초 올해 분기별 성장률이 0.5~0.6%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1분기에 목표의 2배 이상을 초과 달성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2~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역(逆)성장이 아닌 한, 연초 예상보다는 경제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은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2~4분기 모두 0%로 ‘제로 성장’이 이어지는 시나리오에서도 연간 성장률은 2.4% 정도로 추정된다”고 했다.

국내외 투자 업계는 1분기 성장률 발표 직후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 25∼26일 국내 10개 증권사(한국투자·SK·KB·하나·메리츠·유진투자·상상인·삼성·하이투자·신한투자) 리서치센터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4%로, 성장률 발표 직전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치 중간값도 2.0%에서 2.5%로 0.5%포인트 높아졌다.

◇고유가·고물가 지속이란 난제는 여전

다만 1분기 성장세에 대해 “직전 분기 성장률이 낮았던 기저 효과와 기상 요건 등 일회적 요인이 많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1분기에 2.7% 증가했던 건설 투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워낙 큰 폭으로 부진했던 데다 기상 여건이 좋아 공사가 원활히 이뤄진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연간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던 국제 유가가 이란과 이스라엘 분쟁 등 영향으로 90달러를 넘나들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유가가 뛰면 전체 소비자 물가를 자극해 고물가 압박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실질소득이 개선됐다고 볼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유가 등 외부 요인으로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금세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 기조가 앞으로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란 점도 부정적인 변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이 연내 3차례 정도 금리를 하향 조정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으나 지금은 1~2차례만 예상되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1.6%(연율 환산)로 시장 기대치(2.4%)를 밑돌긴 했지만, 이 역시 일시적 현상으로 미국 경제가 다시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결국 1분기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물가 안정과 경기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난제’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원글: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4/04/29/7C3NUKXPTZFK5OHWT27ELL6BME/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