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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그쪽 노조원 아닌데 왜 보내"…근조화환 두고 양대 노총 기싸움

서울교통공사 직원 사망에 갈등
박정훈 기자
입력 2024.06.24. 00:50 업데이트 2024.06.24. 09:07

일러스트=이철원


지하철 전기 작업 중 숨진 서울교통공사 직원 분향소에 보낸 근조 화환을 두고 민주노총·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지난 9일 새벽 서울 은평구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배전반 내 케이블 표시 스티커 부착 작업 중이던 서울교통공사 직원 A(53)씨가 감전돼 숨졌다. A씨는 민주노총 산하 교통노조 소속으로, A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서울 성동구 교통공사 본사를 비롯한 10여곳에 설치됐다. 한국노총 산하 통합노조도 A씨 사망을 추모하는 근조화환을 분향소에 보냈다. 그런데 민노총 계열 교통노조가 “당신네 노조원도 아닌데 왜 근조화환을 보내냐”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통합노조 측은 최근 ‘직원 사망 시에도 굳이 노조를 따져야 되겠습니까’라는 대자보를 붙였다고 한다. 통합노조는 대자보에서 서울교통공사 최대 노조인 민노총 계열 교통노조 위원장이 한노총 계열 통합노조 측에 전화해 “근조 화환을 당장 치우라”고 말한 데 대해 “직원 사망 시에도 노조를 따져 분향해야 하느냐”고 항의했다. 교통노조 위원장은 “분향소도 우리가 설치했는데 무슨 근거로 화환을 보냈느냐”며 통합노조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쓴 화환 리본 문구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통합노조는 “노조의 목적은 조합원의 권익 보호와 처우 개선”이라며 이러한 교통노조의 조치를 비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민노총 산하 제1 노조인 교통노조, 한노총 산하 제2 노조인 통합노조, 그리고 MZ 직원들이 만든 제3 노조인 올바른노조로 나뉜다. 양대 노조는 파업 등 사안에 따라서는 함께 행동하지만 기본적으로 소속이 달라 갈등할 때도 적잖다. 서울교통공사 안팎에선 “동고동락하던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마저 노조 신경전의 소재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는 말이 나온다.

경찰은 사측인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당시 2인 1조 작업 원칙을 비롯, 작업 중 전기 차단, 보호구 착용 등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도 서울교통공사 등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분명한 중대 재해”라며 “안전 수칙 미준수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4/06/24/DQUR5SYMLZGGZEGMYQJUTUIGOE/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