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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中서 개발하고 한국이 팝니다… 전자제품 생산의 진화

단순 위탁서 ODM·JDM 변신
이해인 기자
입력 2024.08.07. 00:40 업데이트 2024.08.07. 09:32

그래픽=이철원


LG전자가 물걸레 기능이 탑재된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조만간 출시한다. 이 제품은 LG전자가 단독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다. LG전자와 중국 선전에 있는 생산 전문 업체 실버스타그룹이 함께 기술 개발과 설계를 진행했다. 최종 생산은 실버스타가 담당한다. 이른바 JDM(Joint Developing Manufacturing·합작 개발 생산) 방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로봇청소기 개발·생산에 특화된 전문 제조 업체의 역량과 LG전자의 품질 기준, 디자인,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제품을 개발한 것”이라며 “성능과 가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했다.

전자 제품의 생산 방식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원청사가 기획·개발한 제품을 단순히 위탁 생산하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에서 나아가, 생산 업체들이 직접 기술 개발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주도적으로 담당하는 ODM(주문자 개발 생산)을 거쳐 원청사와 생산 업체가 공동으로 기술 개발을 하는 JDM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위탁 생산은 예전엔 주로 비주력·중저가형 제품에 한정됐지만, 최근엔 프리미엄 제품군에도 적극 도입되고 있다.


◇OEM-ODM-JDM으로 진화

OEM 방식으로 생산되는 대표적 전자제품은 애플의 아이폰이다.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애플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OEM 회사인 폭스콘과 페가트론 등에 아이폰 생산을 맡긴다. OEM은 공장 설비 없이 생산이 가능해 원가절감을 할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을 갖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과거 주로 해오던 방식은 ODM이다. 한국이나 중국의 중소기업이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전부 담당하고 자사 제품을 대기업에 납품하는 식이다. 대기업은 제품 품질 검사 등을 진행한 후, 자사 상표를 붙여 판매한다. 가전제품 중 전자레인지, 공기청정기,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 일부 비주력·중저가 라인을 중국과 한국의 ODM 업체들에서 공급받고 있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주목하는 생산 방식이 JDM이다. ODM과 차이점은 원청사가 제품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것이다. 단순히 제품을 받아다가 품질 검사 정도만 거쳤던 ODM과 달리 개발 초기 단계부터 엔지니어들이 직접 현지에 파견돼 공동 개발 작업에 참여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사 가전 플랫폼을 갖고 있는 데다가 엄격한 디자인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및 디자인 과정의 교류도 필수적이다.

삼성전자가 인도, 브라질 등 신흥 시장을 겨냥해 내놓는 중저가형 스마트폰 갤럭시 A 시리즈 일부 라인이 대표적인 JDM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는 갤럭시S 시리즈 와 폴더블폰은 자체 생산하지만, 2019년부터 갤럭시 A 시리즈 일부 라인에는 JDM 방식을 도입했다. 중국의 윙텍, 화친, 룽치어가 삼성전자의 3대 JDM 업체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JDM 비율은 2019년 7%에서 현재 20%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주요 성능 설계와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 등 핵심 부품 조달에 삼성전자 개발자들이 직접 참여한다”고 말했다.

◇생산 효율화... “상표만 바꿔” 비판도

전자 제품 회사들이 생산 방식을 다변화하는 건 비용과 시간 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기술력 있는 회사들에서 제품을 공급받는 경우 제품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사업은 저가 제품으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중국 업체들에 치여 영업이익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이 같은 상황에서 JDM이 중국 업체의 추격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사가 신제품을 출시해 인기를 끄는 경우 ODM으로 제품을 생산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다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중국 제품에 한국 대기업의 상표만 붙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JDM 제품 목록이 만들어져 퍼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JDM은 두 제조사의 가이드 라인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품질관리가 비교적 잘되는 편”이라며 “특히 요즘 생산 전문 업체들은 기술력도 상당해 믿고 맡길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4/08/07/MUMEDHZV5JEPXD5KRKVRSNBCXY/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