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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만물상] 해저 케이블의 세계

김진명 기자
입력 2024.09.30. 20:55 업데이트 2024.09.30. 23:33

일러스트=이철원


중국 대륙에서 10여㎞ 떨어진 대만 마쭈(馬祖) 열도는 약 200㎞ 밖 대만 본섬과 2개의 통신용 해저(海底) 케이블로 연결돼 있다. 지난해 2월 2일, 그중 하나가 끊어졌다. 중국 어선의 소행으로 추정됐다. 엿새 후, 중국 화물선이 나머지 하나마저 절단시켰다. 인터넷이 먹통이 돼 주민 1만4000여 명이 애를 먹었다. 선박이 닻을 내리거나 어구를 끌고 가다가 해저 케이블을 절단시키는 사고는 전 세계에서 연간 100건 정도 일어난다. 그런데 마쭈 열도에서는 5년 간 27건이나 일어났다. 대만은 중국의 고의적 전술을 의심하고 있다. 유사시 대만과 세계를 잇는 해저 케이블을 절단해 ‘정보 봉쇄’를 하기 위한 연습 아니냐는 것이다.

세계 인터넷 통신량의 99%는 해저 케이블로 이뤄진다. 한국에서 일본, 중국, 동남아를 거쳐 미국과 유럽까지 케이블이 이어져 있다. 전 세계에 깔린 해저 케이블만 약 600회선, 140만㎞다. ‘스타링크’ 같은 인공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비용 등에서 아직 약점이 많다.

▶해저 케이블은 수압과 염도를 견디면서 수십~수백㎞씩 이어지게 생산해야 한다. 그 설치는 포설선(鋪設船)이라고 불리는 전문 선박이 맡는다. 케이블 수천 톤을 감아 놓은 대형 턴 테이블과 선박의 이동 속도에 맞춰 케이블을 바닷속에 풀어 넣는 장비들이 갖춰진 배다. 해저 지진대·화산·해구 등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지질학자와 해양학자 등이 모여 사전에 매립 동선을 정한다. 이후 원격 조종 로봇(ROV: remotely-operated vehicle)을 해저에 내려 보내 실제 환경을 탐지하고 케이블을 매립한다. 해저 케이블 생산과 매설을 모두 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에 5개 정도밖에 없다. 그중 하나가 한국의 LS전선이다.

▶통신용 해저 케이블의 역사는 170년이 넘었다. 1851년 영국 도버와 프랑스 칼레를 잇는 전신용 케이블을 설치한 것이 시초다. 미국·영국 등은 이 통신용 해저 케이블을 감청해 세계의 정보를 수집했다. 그런 때문일까. 미국은 2020년부터 ‘클린 네트워크 계획’을 세워 중국 기업의 해저 케이블 건설 참여를 막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26일 한국, 영국, 호주, 일본 등 동맹들을 모아 ‘해저 케이블의 안보와 회복탄력성’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해저 케이블의 사이버 보안과 물리적 보호에 모두 최선을 다하자는 내용이다. 미 정부는 20여 일 전 러시아가 ‘참모본부 심해 연구국(GUGI)’이란 비밀 부대를 창설, 해저 드론을 이용한 해저 케이블 파괴 등을 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바닷속도 편치 못한 시절이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4/09/30/VMKWUKEI35CBHMYCKSAGTFE2HI/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