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과 대한
장동언 기상청장
입력 2025.01.02. 00:30 업데이트 2025.01.02. 10:33
새해가 되면서 겨울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1년 중 가장 추운 날은 언제일까요? 옛사람들은 오랜 경험과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계절의 변화를 24개의 절기(節氣)로 나눴어요. 이 중 강추위를 상징하는 특별한 절기가 바로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입니다.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작은 추위’와 ‘큰 추위’라는 뜻이에요. 글자만 봐서는 대한이 더 추워 보이지만, 실제론 소한이 더 추운 경우가 많답니다.
소한과 대한은 23번째와 24번째 절기로, 겨울철 가장 추운 시기를 나타내는 날이에요. 소한은 매년 1월 5일이나 6일, 대한은 1월 20일이나 21일 무렵입니다. 올해 소한은 5일, 대한은 20일이에요.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는 속담을 들어 본 적 있나요? 소한이 대한보다 춥다는 것을 표현한 말인데요.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동안 기상청 통계를 확인해 보면, 소한의 평균 최저 기온은 영하 5.7도, 대한의 평균 최저 기온은 영하 4.9도였습니다. 소한이 대한보다 춥다는 말이 사실인 것이죠. 물론 평균 기온을 비교한 것이기 때문에 대한이 더 추운 해도 있답니다.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추운 이유는 겨울철 기압계의 특징과 관련이 있어요. 겨울철 우리나라 기온은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시베리아 고기압의 차가운 공기 덩어리는 1월 초 소한 무렵에 우리나라에 가장 강하게 영향을 주고, 1월 말인 대한쯤엔 그 영향이 차차 약해지는 특징을 보인답니다. 해가 떠 있는 시간도 소한이 대한보다 짧아요. 이런 이유로 보통 소한이 대한보다 추운 것이죠.
우리나라 겨울 날씨는 북극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답니다. 시베리아 고기압은 북극 기상의 영향을 받아요. 북극 하늘에서 차가운 공기가 빙글빙글 도는 큰 바람을 ’북극 소용돌이’라고 하는데, 소용돌이가 강하게 일어나면 찬 공기가 북극에만 갇혀 있지요. 하지만 소용돌이가 약한 경우엔 찬 공기가 밖으로 새어 나와요. 북극 소용돌이가 약한 해엔 북극에 몰려있던 찬 공기가 시베리아 고기압을 강화시키고, 이 고기압이 우리나라로 내려오면서 큰 추위를 만들어 내는 거예요.
그렇다면 소한과 대한은 왜 서로 반대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요?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는 24절기는 오래전 중국 북부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어요. 중국 북부는 우리나라보다 대륙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지형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오래 머물러서 겨울의 끝자락이 될수록 더 춥게 느껴진답니다. 1월 초보다 말이 더 추웠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1월 초를 소한, 1월 말을 대한이라고 이름 붙인 거예요.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실제 기후와 절기가 차이가 나는 거예요.
올해는 소한과 대한 중 어떤 날이 더 추운지 직접 비교해 보세요. 날씨와 계절의 신비를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ie/2025/01/02/YX2ESO2VJ5FC5IVJ2R22NIGQK4/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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