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럽서 책 낸 스위스 출판사 '정관 스님 나의 음식' 한글판 출간
남정미 기자
입력 2025.04.11. 00:52 업데이트 2025.04.11. 21:02
전남 장성 백양사 천진암 주지인 ‘정관 스님’은 세계에서 요리사 제자를 가장 많이 둔 스님이다. 국내 유일 미쉐린 3스타 식당(2025) ‘밍글스’ 강민구 셰프, ‘아시아 최고 여성 요리사’로 선정된 조희숙 셰프 등이 그를 ‘스승’으로 모신다. 프랑스 파리 ‘르 코르동 블루’ 학과장 에릭 브리파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스타 셰프들도 매해 스님의 ‘사찰 음식’을 배우기 위해 백양사를 찾는다.
이런 스님의 요리 세계를 담은 첫 책 ‘정관 스님 나의 음식(윌북)’이 지난 3일 국내에 처음 나왔다. 책은 출간 일주일 만에 7000부 이상이 팔리며, 3쇄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 책을 가장 먼저 만난 건 실은 스위스 독자들이다. 파독 간호사 출신으로 스위스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에 한국 문화에 관한 글을 기고해 온 후남 셀만(74) 작가, 베로니크 회거(48) 스위스 사진작가가 직접 스님과 사계절을 동고동락하며 스위스에서 책을 먼저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스위스 대사관에서 만난 정관 스님은 “국내에 여러 스님이 낸 책이 많이 있어서, 굳이 나까지 보태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2017년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 등에 출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번번이 요리책 제의는 거절해 온 이유다.
이런 스님의 생각을 바꾼 건 셀만 작가다. 2017년 천진암을 찾아 스님과 인연을 맺은 후, 2019년 취리히 리트베르트 미술관에 스님을 소개하며 사찰음식을 스위스에 알렸다. “셀만 작가가 유럽에 고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기사를 많이 써왔더라. 단순한 요리 레시피 책이 아니라 한국의 음식 문화를 통해 우리의 삶을 보여주자는, 그 절절한 마음에 감동받았다.”
셀만 작가는 코로나 이후 3년 동안 매해 스위스와 한국을 오가며 스님을 인터뷰해 책을 엮었다. “전화도 어렵고, 스님이 이메일에도 답을 안 주시고(웃음)…. 그러니 궁금한 것들을 모아서, 1년에 한 번 스님을 만나러 백양사에 가 따라다니면서 얘기를 듣고 적어 나갔다.”
책 속 사진을 담당한 회거 작가 역시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방문이지만, 서울은 처음”이라고 했다. 늘 인천 공항에 내리자마자 곧장 장성에 있는 스님만 만나러 갔기 때문. “처음 스님 이야기를 접하고, 사찰 음식에 크게 매료돼 꼭 같이 작업을 하고 싶었다. 처음엔 내가 작업한 사진들을 보여드리면서 ‘같이 하자’고 하면 해주실 줄 알았는데, 차만 드시고 미소만 지으시더라.”
이후 회거 작가는 사진기를 내려놓고 청소부터 거들면서 천진암 부엌 생활을 같이해 나갔다. 그렇게 3차례에 걸쳐 6개월 이상 한국을 더 방문하며 스님의 사계절과 음식을 고스란히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스님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잘 찍은 사진을 보여드렸을 때보다, 청소를 열심히 할 때 제일 기뻐하시더라(웃음).”
그렇게 나온 책이 지난해 3월 스위스 에히차이트 출판사에서 나온 ‘Jeongkwan Snim:Eine kulinarische Biografie(정관 스님:그녀의 한국 사찰 요리)’다. 책은 5000부를 거의 다 판매하고, 2쇄에 들어갔다. 스위스 베른과 취리히에서 진행한 두 차례 북토크도 만석. 벤델린 헤스(57) 출판사 대표는 “유럽 사람들은 잘 만들고 아름다운 책을 좋아하는 전통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찰 음식과 발효에 대한 유럽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져, 이 책이 그런 시대 정신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스위스 대사관에서도 책 속 사진 등을 볼 수 있는 전시 ‘SOIL’을 17일까지 개최한다. 다그마 슈미트 타르탈리 주한 스위스 대사는 “이번 전시가 열리는 대사관의 마당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며, 이는 정관스님이 음식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방문객들이 자연에 대한 존중, 생명의 순환, 그리고 우리가 토양과 맺는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온갖 화려한 면면의 스타 셰프들이 스승으로 꼽은 정관 스님은 정작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된장에다가 풋고추 찍어 먹는 것”을 꼽았다.
“많은 걸 하려고 하면 머리가 아파요(웃음). 그런데 사실은 식재료 하나에 기본적인 간만 가지고 맛을 낼 수 있는 담백한 음식이면 되거든요. 인생도 그런 것 아닐까요.”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people/2025/04/11/43AB6Z7GJVCRZN2YOT5FA4432U/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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