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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만물상] 6·25 생존 용사 이제 3만명

양승식 논설위원
입력 2025.06.25. 21:07 업데이트 2025.06.25. 23:56

일러스트=이철원


올해 6·25 전쟁 75년 행사는 대전에서 열렸다. 정부 차원의 공식 기념식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열린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생존 참전 용사들이 고령이어서 거동이 어려운 탓에 작년 대구를 시작으로 지방에서 기념식을 열기로 했다. 대전은 6·25 전쟁 당시 국군과 미군이 인민군을 맞아 ‘금강 방어선 전투’를 치렀던 곳이다.

▶기념식에서는 참전 용사 고(故) 이득주 중령의 후손인 육군 김찬솔 대위가 참전 용사들을 위해 편지를 낭독했다. 그의 고모할아버지인 이 중령은 6·25 당시 국군이 최초로 승전한 충북 충주의 동락 전투에 참전했다. 고모할머니가 교사로 재임 중이던 학교에서 휴식을 취하던 북한군 동태를 국군에 알렸고, 기습 공격에 성공했다. 이 이야기는 1966년 ‘전쟁과 여교사’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김 대위는 “위대한 역사를 만드신 당신들의 삶보다 아름다운 인생은 없다”고 했다.

6·25 전쟁 기념식은 전쟁이 일어난 날에 열리지만, 영국은 1차 세계대전 종전일인 11월 11일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종전일인 5월 8일을 국경일로 기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종전일인 7월 27일보다 6월 25일에 더 비중을 두는 건 6·25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문에 서명하지 않았다. 수많은 국민이 죽고 국토가 결딴난 결과가 통일이 아니라 분단 고착화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며 생존 참전 용사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6·25 당시 국군 참전 용사의 수는 90만명이었지만, 6·25 70년이었던 2020년엔 7만5200여 명으로 줄었다. 지난 5월 국가보훈부가 집계한 생존 참전 용사는 3만200여 명으로 올해 안으로 그 수가 2만명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93세다. 6·25 참전 용사의 수는 근래 1년에 1만명씩 줄어들었는데, 이대로라면 6·25 80년이 되는 2030년엔 생존 용사가 거의 남지 않게 된다.

6·25 전쟁은 한때 미국에서조차 ‘잊힌 전쟁’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우리 국력이 커지고 꾸준히 참전 용사 보은 행사를 하면서 국제사회에서 6·25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6·25 전쟁 75년을 맞아 방한한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 테세마 가메(100)씨는 “한국이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에 감사한다”며 “한국을 위해 평생 기도할 것”이라고 했다. 번영하는 한국의 모습이 참전 용사들에 대한 최고의 보답일 것이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06/25/NNVJI64NOZH4FIFI7S4FVD6NGU/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