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 절망서 길어올린 희망 찾기의 몸부림"
이한수 기자
입력 : 2014.02.05
원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2/05/2014020500175.html
사진展 여는 '노동의 새벽' 박노해 시인, 아시아 유랑하며 찍은 120점 선보여
"한쪽에서는 여전히 '빨갱이'로, 다른 한쪽에서는 '변절자'로 비난받아 왔지만
나는 유쾌한 기분으로 나의 길을 걸어왔다."
△ “진정한 나를 찾아 사는 것이 최고의 사회적 실천입니다.”
박노해 시인은 “아시아는 좋은 삶의 원형을 가장 풍부하게 간직한 땅으로 나에게 다가왔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노동의 새벽'의 시인 박노해(57)가 5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사진전을 연다. 지난 3년
간 인도네시아·파키스탄·티베트·인도 등 아시아를 떠돌며 찍은 사진 7만장 중 120점을 골랐다. 조각배
에 의지해 물고기를 잡는 어부, 척박한 계단 논을 일구는 농부 등 아시아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흑백
필름에 담았다. 사진전 제목은 '다른 길'. 그는 4일 간담회에서 "우리 인생에는 각자가 진짜로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 나에게는 분명 나만의 다른 길이 있다"면서 "아시아 토박이 마을의 이름 없는 사람들을
통해 위대한 일상의 경이(驚異)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노해는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내고, 1991년 사노맹 사건으로 구속돼 7년 6개월간 복역했
다. 1998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됐지만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보상금을 받지 않았
다. 2000년에는 '생명·평화·나눔'을 기치로 내건 사회단체 '나눔문화'를 설립하면서 노동운동에서 생명
운동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후 중동 등 분쟁 현장과 아시아 빈곤 지역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이번
전시는 2010년 두 차례 사진전 이후 세 번째다.
그는 "1984년 스물일곱 살 때 현장 노동자로 '노동의 새벽'을 낸 후 수배·감옥 생활로 15년을 보냈고,
이후 스스로 침묵하며 지구 유랑 15년을 보냈다. 나는 길을 잃어버리고 정직하게 절망했으며, 스스로
를 시대의 경계 밖으로 추방했다"면서 "이번 사진전은 절망에서 길어올린 희망 찾기의 몸부림이자 보
고서"라고 했다.
박노해는 '다른 길이란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길인가'라는 질문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보수
와 진보, 성장과 분배라는 수평적 대립을 넘어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 물음"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은 가장 풍요로운 시대지만 가장 인간성이 쇠약해진 시대이며, 가장 수명이 길어졌지만 가
장 외롭고 불우한 노후를 보내야 하는 시대"라면서 "진정한 나를 찾는 삶의 혁명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사진 에세이 '다른 길'(느린걸음)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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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구글이미지에서 복사해온 박노해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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