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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

(기사) 카메라 렌즈로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롭다

카메라 렌즈로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롭다


입력 : 2014.02.07 08:00
원문: http://danmee.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1/08/2014010803056.html


중년 남성들의 로망 실행 프로젝트 ④사진 촬영


사진첩에서 빛바랜 사진을 꺼내면 머릿속엔 그때의 추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찰칵’거린 카메라 셔터
소리까지도 생생하게 들린다. 이처럼 사진은 흐릿한 기억을 뚜렷하게 해주는 마법의 도구다. 사진에 혼을
뺏기듯 사진촬영에 가슴 설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특히 풍경사진은 더욱 그렇다. 게다가 광각 또는
망원렌즈를 통해 본 이 지구상 세상은 또 다른 매력을 준다.


“4 년 전 인도 여행을 다녀와서 사진을 정리하는데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는 겁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는데 어딜 다녔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였죠. 그래서 사진을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상교 미래국제재단 총괄부사장(63)은 한 달에 한 번은 동호회 회원들과 출사를 나가고, 수시로 번개모임도

가진다. 핸디캡이 싱글 수준일 정도로 골프를 좋아했던 그는 요즘 골프클럽보다는 카메라를 더 자주 든다.

 

△김상교 미래국제재단 부사장의 ‘저수지의 추억’.
김 부사장은 경기 안성 고삼저수지를 10여차례 다녀 온 끝에 이 사진을 찍었다.


그의 사진 예찬론을 들어보자. “풍경사진을 주로 찍기 때문에 출사를 자주 나갑니다. 모여 가든, 혼자 가든
정말 많이 걷게 되죠. 무작정 걷는 것도 아니고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 구상하면서 걷기 때문에 더 많은 에
너지를 소모하게 되고요. 또 즐겁게 걷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습니다.”


평소 그냥 지나치던 일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사진을 찍으면서 갖게 된 가장 큰 재미다.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관찰하게 되면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도 크다.


하지만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의 대표작인 ‘저수지의 추억’은 경기 안성의 고삼저
수지를 10여 차례 찾아간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저수지에서 막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포착하기 위해선
 해 뜨기 2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고 기다려야 합니다. 집에서 새벽 3시엔 나가야 하죠. 새벽 추위와 싸우면
서 기다려도 막상 물안개가 안 필 때도 있고요. 물안개가 드리워도 원하는 색상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요.
만족스런 사진을 건지기 위해선 가고, 또 갈 수밖에 없었죠.”


기업 경영과 비슷한 사진 촬영


50대에 들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상용 변호사는 “나이가 들면서 즐길 수 있는 취미로는 사진촬영이
제격”이라며 “바쁜 일과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서 아름다운 자연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즐거움은 어디에도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후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며 웃었다.

 

△서울사진클럽 수강생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최근 사진촬영이 건전한 취미활동으로 인식되면서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2013년 12월10일, 서울 서초동 서울사진클럽(SPC)의 강의실. 각자가 찍은 사진에 대한 촬영기법과 예술
적인 측면에서의 심도 있는 작품 리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30여명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임원, 고위
직 공무원들은 강의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한국사진영상원이 운영하는 SPC는 2009년 국내 최초로 개설된 CEO를 위한 사진예술 과정이다. 이 과정
은 카메라의 선택과 기본적인 조작법, 고도의 촬영기술에서부터 작품 감상과 전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수강생의 면면은 놀랍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정·관·재계의 유명 인사들이 이 과정을 통해 사진 세계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황찬현 감사원장을 비롯해 임채진 전 검찰총장, 이태종 서울고법 부장
판사, 백운찬 관세청장 등이 이 과정을 거쳤다. 기업인 중에는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 서진우 SK플래닛 사장, 배중호 국순당 사장, 유종석 농심 부사장,
고주환 롯데건설 부사장 등이 이 과정을 거쳤거나 수강 중이다. 이윤 포스코 고문과 김봉수 삼성생명

고문, 최병렬 이마트 고문 등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SPC에서 사진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임향자 한국사진영상원 원장은 “사진은 사물이나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하고, 사진촬영에 필요한
관찰력과 집중력, 상황에 따른 판단력은 기업경영에도 공통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CEO들의 호응이 높다”
고 말했다.


이미 재계에는 취미생활을 넘어 사진작가에 버금갈 정도의 실력을 갖춘 사진 마니아들이 많다. 프로급
사진 실력으로 잘 알려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조 회장은 국내 명소를 여행하면서 틈틈이
촬영한 사진으로 새해 달력을 만들어 국내외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북 영주 부석사,
장승, 태백산 풍광 등 그가 우리나라를 주제로 찍은 사진은 대한항공 CF에 담기기도 했다. 또 젊은 사진
작가들을 후원하기 위해 2009년부터 자신의 호를 딴 ‘일우 사진상’을 제정했으며, 본사 사옥 1층에 사진
전문 갤러리를 마련하는 등 문화예술 지원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김상교 미래국제재단 부사장은 사진촬영을 통해 이전에는 그냥 지나치던 일상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상교 미래국제재단 부사장은 사진촬영을 통해 이전에는 그냥 지나치던 일상
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역시 출장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카메라를 지니고 다닐 정도로 사진 찍기를 즐긴다. 박 회장은 야생화를 즐겨 찍는다. 산이나 들판에 숨겨진
소박한 야생화를 포착해 사진 속에 담는 박 회장의 취미생활은 숨겨진 인재 발굴을 최우선으로 하는 두산
그룹의 경영철학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재설 LS엠트론 대표(61)도 전문 사진작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취미였던 사진에 대한 그리움에 젖어 있다가 50살 즈음인 2004년부터 카메라를 다시 잡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중국·일본·브라질 등 출장지에서 찍은 사진으로 구성된 사진집 <설>과 사진 수필집
<그 시간의 기억>을 펴내기도 했다.


이처럼 CEO들이 사진에 혼을 뺏기는 이유는 뭘까. 피사체를 선택해 신중하게 구도를 짜고 셔터를 누르는,
말하자면 선택과 결정이 집약된 행위라는 점에서 사진촬영과 기업 경영은 비슷하다. 이른바 사진경영이
뜨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상교 미래국제재단 부사장은

사진촬영을 통해 이전에는 그냥 지나치던 일상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김복수 사장은 “의사결정뿐 아니라 임직원이나 협력업체 등과의 교감도 좋아진다”면서
“직원들의 사진을 찍어주거나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소통하고, 사진을 통해 감동을 나누면서 더욱 지속적인
관계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업 경영에 있어서 필요한 열정이나 끈기와도 맞닿는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셔터를 수백번 누르는
열정이 있어야 하고, 원하는 빛을 얻기 위해 끝없이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김 사장도 한때는 망원렌즈를 단
무거운 카메라 때문에 한동안 손목을 쓸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김복수씨는

사진을 통해 임직원과 협력업체와의 소통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셔터만 누르면 사진이 찍힌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사진은 경영이나 인생과
마찬가지로 어떤 구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만듭니다. 맘에 드는 사진 한 장을 얻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회심의 한 장을 얻었을 때의 기쁨은 그만큼 더 크죠.”


Tip  |  카메라 고르는 법

섬세한 화질 얻기 위해선 풀프레임 DSLR 갖춰야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선 어떤 카메라를 사야 할까. 전문가들은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렌즈교환식
(DSLR)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풀프레임은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필름과 같은 35.8×23.9㎜인 제품을
말한다. 빛을 받는 센서의 크기가 커 화질, 심도 등이 뛰어나다. 하지만 카메라의 크기가 크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렌즈는 표준렌즈, 망원렌즈, 단렌즈, 광각렌즈 등 4가지를 갖추면 원하는 사진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삼각대와 카메라 프레시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라이카 단일 매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서울 충무로의 라이카 전문매장 

 

라이카 단일 매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서울 충무로의 라이카 전문매장 국내 DSLR 시장은 캐논과 니콘이 거의
양분하고 있다. 일반적인 소비자 선호도는 캐논이 니콘보다 약간 높다. 캐논은 밝은 색감과 인물 사진에서, 니콘은
사실적인 색감과 풍경 사진에서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핫셀블라드와 라이카는 이름만으로도 여전히 사진가의 로망이다. 우주사진을 찍은 첫 카메라인 핫셀블라드는
카메라 중 최고의 명품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사진작가들이 핫셀블라드를 보유하고 있다. 배용준씨, 연정훈씨
등 유명 연예인들이 핫셀블라드를 애용하고 있으며, 재계에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마니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은 수천만원대를 호가한다. 핫셀블라드의 2억 화소 카메라는 8000만원에 달한다.


라이카는 손에 쥐고 다닐 수 있는 소형 카메라를 처음 선보인 메이커다. 1913년 처음 개발된 라이카는 훗날
35㎜ 필름 카메라의 원형이 됐다. 100가지가 넘는 공정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서울 충무로에 있는
라이카 매장은 단일매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국내에서의 인기가 엿보인다. 이 매장은 독일 라이카
본사가 직접 콘셉트를 설정, 설계와 시공을 담당했다.


Mini Interview  |   임향자 한국사진영상원 원장


“사진은 삶에 활력을 주는 천연 비타민”

 


“사진은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입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선 몸을 움직여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주의 깊게 사물을 관찰해야 합니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무거운 장비를 메고 먼 거리를 걸어도
피곤한 줄을 모르게 만드는 사진이야말로 삶에 활력을 주는 천연의 비타민인 셈이죠.”


임향자 한국사진영상원 원장은 “사진촬영은 고도의 긴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라면서 “사진을 배우고 찍는

과정을 통해 일상생활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사회와 인간 간의 관계도 더욱 단단해진다”고 말했다. 누구나 손쉽게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하지만 좋은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다.


임 원장은 “기본적인 조작법은 디지털 카메라 업체가 운영하고 있는 아카데미를 이용하면 충분히 배울 수 있으며,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선 많이 찍어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싼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감성입니다. 감성이
얼마나 풍부한가에 따라 표현이 달라집니다. 음악을 많이 듣고, 그림이나 영화 등을 많이 보면서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물을 잘 관찰하려는 노력은 물론이고요.”


사진의 참다운 즐거움은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 자체보다 일상의 사소한 대상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거기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는 데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좋은 취미는 일상적인 생활로부터의 해방감과 일에 대한

의욕을 높여줍니다. 사진이 평범하고 지루했던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겁니다.”


임 원장은 중앙대 사진과를 졸업한 후 1970년대 초에 일본으로 유학, 니혼대 사진학과와 규슈산업대학원에서
사진 전공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가 1980년대 초 귀국한 후 처음 한 일은 사진 저작권 권리 사업이다.


귀국 후 개인전시회 작품이 여성지에 무단으로 실린 것을 보고 받은 충격이 계기가 됐다. 1985년 설립한 사진
저작권 위탁관리업체인 타임스페이스는 처음에는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1988년 국내 저작권법이 강화되고
일반인들의 인식이 변화되면서 사진이미지 비즈니스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20년간 충무로에서
사진 라이브러리와 사진 출판업을 한 임 원장은 2005년 후배에게 회사를 넘기고
전시와 출판,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 이코노미 조선
  장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