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백두산만 찍었다, 더 이상의 백두산 사진은 없다
유소연 기자
입력 : 2014.01.22 03:03
원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1/22/2014012200171.html
전시회 여는 산악사진가 안승일씨
"한반도에서 보는 백두산은 중국 산이에요. 중국 땅을 밟고 주봉(主峯)인 장군봉을 찍어야 진짜 백두
산 사진이죠. 통일 돼도 나는 중국에서 백두산을 볼 겁니다."
산악사진가 안승일(68)씨는 괴짜다. 20년 동안 백두산에 살다시피 하며 백두산만 수만 컷 찍어왔다.
여기서 추려낸 사진 60점을 지난 20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예정으로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전시하고 있다. 산악계와 사진계에서 제법 유명한 안씨지만 개인전은 처음이다. 사진작가 혼자 5개층
9개 전시실을 모두 채우는 것 역시 흔한 일이 아니다. 세로 16m, 가로 4.5m에 달하는 초대형 사진도
있다. 그는 전시가 끝나면 처음 산 사진을 찍던 삼각산으로 가 남은 생을 보내겠단다.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만난 안승일씨.
백두산에서 사느라 가족과도 멀어진 그는 “머리 깎고 집에 안 오는 스님보다야
머리 기르고 가끔 집에도 오는 내가 더 가정적”이라며 웃었다.
/김지호 객원기자
1994년 중국 여행 중 처음으로 백두산을 찾은 안씨는 직감적으로 '여기에 터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
다. "산을 오르다가 북녘을 보자 전율이 일었어요. 한국인으로서 신기하지 않나요? 민족 정기가 서린
곳이어서인가 봐요." 그 후 아예 그 근처 마을 이도백하(二道白河)에 작은 작업실을 얻었다. 백두산에
서 불과 50km 떨어진 곳이다. 지금도 1년 중 8개월 이상을 백두산에 머문다. 중국인들은 그를 '장백산
괴물'이라고 부른다.
산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날렵한 몸매를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안씨의 허리 둘레는 36인치다. 복부 비
만에 고지혈증까지 있다. 산 사진을 찍기 위해 천지(天池) 근처에 텐트를 치고 며칠을 꼼짝않고 엎드려
있기 때문이다. 그가 원하는 날씨와 바람, 구름의 상태가 들어맞을 때까지 기다리는 고독한 작업이다.
죽을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비경(秘境)을 따라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다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자
딛고 있던 땅이 무너져 내리곤 했다. 사방에서 우르르 낙석(落石) 소리가 나면 "우와, 죽을 뻔했네"하며
혼자 웃고 만다. 안씨에게 사진을 배우겠다며 매번 문하생 한두 명이 동행하지만 1년을 넘긴 사람은
아직 없다.
그는 스스로를 "사진가 이전에 산악가이고, 그 이전에 한민족"이라고 말한다. 통일로 가는 빠른 길 역시
백두산에 있다고 믿는다. "누구라도 백두산에 오르면 모두가 단군의 피를 이어받은 형제임을 느낄 수
있어요. 백두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과 북이 한민족임을 알리기 위해 찍는 거죠."
3년 전 안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누군가 나보다 더 좋은 백두산 사진집을 만들면 안 된다"며 "더 이상의
백두산 장면이 나올 수 없을 때까지 찍고 또 찍겠다"고 했다. 이제 그는 "더는 백두산 사진을 찍지 않겠다"
고 선언했다.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니냐고 묻자 말했다. "산 사진 잘 찍는 놈이요? 사진 재주가 아무리
좋다한들 소용 없어요. 혼자 산에서 구덩이 파고 잘 수 있을 만큼 산과 가까우냐, 그게 관건이에요."
□
^^
(아래) 토픽이미지에 등재된 안승일 작가의 백두산 사진(클릭)
http://www.topicimages.com/search/photoList.php?keywordStr=101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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