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16) 가족사진 찍는법
생생한 가족의 모습 찍고 싶다면 거울 앞에 모이세요
"이번에 아기랑 같이 가족사진 좀 찍으려고 하는데, 잘 찍는 곳은 예약만 6개월치가 밀려 있다네.
어느 스튜디오가 괜찮은지 혹시 알아?"
연락이 뜸했던 친구 녀석이 대뜸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답을 보냈다.
"거울 앞에서 먼저 한 번 찍어보지?"
이렇게 뜬금없는 대답을 한 건 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찍은 사진 한 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 좋은 가족사진이란 사실 대단한 게 아니다.
가족들의 표정이 살아 있고 각각의 얼굴이 돋보이는 사진.
그러면서도 틀에 박히지 않고 유쾌한 사진.
이 요건만 갖추었다면 훌륭한 사진이 아닐까.
그런 사진을 찍기 위해 굳이 돈을 내고 스튜디오까지 갈 필요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40년 전 아버지가 휴일날 찍었다는 이 사진을 보면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된다.
휴일에 집에서 쉬면서 아들인 나와 놀아주던 아버지는 문득 장롱거울에 비친 부자(父子)의 모습을 보고
'이걸 사진으로 찍으면 재밌겠다'고 여겼다고 했다.
부엌에 있던 어머니를 불러들였고 그렇게 세 사람이 장롱거울을 보면서 사진을 찍었다.
오래된 사진이지만 다시 봐도 재기발랄하고 유쾌하다.
세 사람의 표정이 생생하고 뻔하지 않아서 더욱 좋다.
요즘엔 가족사진을 셀프로 찍는 경우도 많다.
그것보단 역시 먼저 거울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찍어 보는 걸 권한다.
삼각대에 올려놓고 그 앞에서 찍으면 찍고 싶은 바로 그 '순간'에 찍기가 쉽지 않다.
정확한 셔터 찬스를 맞추기가 어렵고, 결국 전형적이고 딱딱한 사진이 나온다.
하지만 거울을 보면서 찍으면 자신의 얼굴뿐 아니라 다른 가족의 얼굴까지 함께 보며
즉흥적인 표정과 동작을 만들어낼 수 있고 찍고 싶은 순간에 아무 때나 셔터를 누를 수 있다.
이 때 감도는 높게 셔터스피드는 빠르게 조정하면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원문: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9/14/2011091401352.html
내겐 너무 쉬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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