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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할머니가 할아버지보다 더 밟는다

최종석 기자

입력 2019.06.05 03:01 | 수정 2019.06.05 09:10

T맵 통해 본 한국인 운전습관

우리나라에서 어느 지역 사람들이 가장 운전을 얌전하게 할까? 반대로 험한 지역은? 여성이 남성보다 안전하게 운전할까?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이 나왔다. 본지가 4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티맵' 이용자의 운전 습관 빅데이터를 지역별, 성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과속은 강원에 사는 운전자가 1, 급가속과 급감속은 제주에 사는 운전자가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안전 운전을 하지만, 70대 이상에서는 여성 운전자의 과속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분석은 '티맵 운전 습관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 1059만명 중 누적 500이상 주행한 기록이 있는 272만명을 대상으로 했다.



티맵의 운전 습관 서비스는 GPS(위성 항법 장치) 정보를 바탕으로 운전자의 안전 운전 점수를 뽑아 준다. 점수를 매기는 항목은 과속, 급가속, 급감속 세 가지다. 도로의 제한 속도를 과도하게 넘거나 1초에 시속 10를 초과해 가속·감속하면 감점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안전 운전을 한다는 뜻이다. SK텔레콤 강동웅 매니저는 "제한 속도를 잘 지키면서 가속기, 브레이크를 덜 쓰고 여유 있게 운전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점수를 기준으로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보험사도 있다. DB손해보험은 61점 이상, KB손해보험은 65점 이상이면 10%, 삼성화재는 71점 이상이면 5%를 할인해준다. 할인 특약에 가입한 사람은 전국적으로 108만명(누적)에 이른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보다 더 무서워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3점 정도 점수가 높았다. 여성이 더 안전 운전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74세부터는 남녀 간 점수가 역전됐다. 특히 과속 항목에서 여성의 점수가 크게 떨어져 할머니들이 할아버지들보다 빨리 차를 모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관계자는 "여성들이 더 오래 사는 남녀 간 평균 수명의 차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20대 남성이 59.6점으로 가장 점수가 낮았다. 운전 미숙에 왕성한 '혈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료도 보통 20대 남성이 가장 비싸다. 점수가 가장 높은 연령대는 60대 여성(76.0)이었다. 과속은 30대 남성(53.3), 급가속은 20대 남성(68.8), 급감속은 20대 남성(53.3)·20대 여성(55.8)이 점수가 낮았다. 과속은 세 항목 중 남녀 간 점수 차가 가장 컸다. 남성이 여성보다 10점이나 점수가 낮았는데 남성이 그만큼 제한 속도를 자주 위반한다는 뜻이다. 급가속은 남성이, 급감속은 여성이 많이 하는 편이었다. 남성은 가속기를 세게 밟고 여성은 브레이크를 자주 쓴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남성이 과속을 많이 해 급감속도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여성이 더 자주 급감속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과속은 강원, 급가속은 제주·부산

지역별로 보면 서울(68.3)에 사는 운전자들의 안전 운전 점수가 가장 높았다. 반대로 전북(62.2) 점수가 가장 낮았다. 항목별로는 강원(42.8), 전남, 세종에 사는 운전자들이 과속을 많이 했다. 대부분 교통량이 많지 않은 데다 상대적으로 신호나 단속 카메라가 적은 지역이다. 산이 많은 강원도 운전자들이 속도를 내는 이유에 대해 손해보험사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강원 지역 도로 교통망이 많이 개선된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급가속은 제주(69.0), 부산, 서울 지역 운전자들의 점수가 낮았다. 급감속은 제주(57.6), 서울, 경기 등에 사는 운전자가 자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는 급가속·급감속 점수가 모두 최하위였다. 보험사 관계자는 "제주도는 위험한 곡선 도로가 많은 데다 초행길인 관광객들이 모는 렌터카의 운전 미숙 때문에 급가속과 급감속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 운전자들이 급가속을 많이 하는 것은 경사가 심한 열악한 도로 사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경기 지역 운전자들이 급감속을 자주 하는 것은 잦은 교통 체증이나 곳곳에 설치된 단속 카메라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급가속·급감속을 덜 하는 지역은 전남, 강원, 경북 등으로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곳이었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지역별 운전 성향이나 습관은 실제 교통사고 발생과도 연관성이 있다""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경찰청)와 비교해 보면 티맵 과속 점수가 낮은 전남, 충북, 강원 등의 사망자가 많다"고 말했다.

조선닷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4/20190604038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