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러스트=이철원

'양승태 재판'에 검사만 14명...재판부 "검사 8명으로 줄여달라" 이례적 요구

홍다영 기자

입력 2019.04.16 14:17 | 수정 2019.04.16 14:46



통상 재판이 이렇게 시작된다. 판사가 법정에 들어서면 재판부와 검찰·변호인·방청객 모두 존중의 의미로 목례를 주고 받는다. 이후 재판부가 검찰과 피고인·변호인의 출석 여부를 확인한다. 재판부가 검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변호인들도 소속 법무법인과 이름을 밝힌다. 피고인이나 신문이 예정된 증인들의 출석 여부도 검토한다.

그런데 지난 15일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불구속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선 재판 진행이 조금 달랐다. 재판부가 검사의 이름을 부르며 출석을 확인하는 절차를 건너 뛴 것이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 등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 판사들은 이날 오전 9시 59분쯤 입정(入廷)했다. 하지만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출석 여부 등을 물은 뒤 "검찰 측에서는 14명 출석했나? 한 분 한 분 이름은 생략하겠다"라고 했다. 이어 곧바로 1차 공판준비기일 때 심리했던 주요 사항을 간단히 정리하며 본 재판으로 넘어갔다. 이날 재판엔 이강우, 임홍석, 단성한, 장재완, 채희만, 신기련, 조정호, 김현우, 조상원, 김진혁 검사 등 검사 14명이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차 공판준비기일에도 검사만 12명이 나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다음 재판 때는 검사 출석 인원을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박 부장판사는 "오늘은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했는데 다른 재판부도 이 대법정을 많이 사용할 것 같다"면서 "다른 재판부도 대법정을 사용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다음 재판은 가급적 작은 법정인 510호에서 진행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검사가 14명 출석했는데 (법정에) 출석하는 검사 숫자가 8명을 넘으면 곤란하다더라. 혹시 다음 기일에는 8명만 출석하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특별한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실제 417호 법정은 서울법원 종합청사에서 가장 큰 법정이다. 150석 규모의 방청석이 있다. 전직 대통령이나 재벌기업 총수 등 거물급 피고인의 재판이 주로 이곳에서 진행된다. 반면 510호 법정은 표준법정(소법정)이어서 방청석이 30여 석에 불과하고, 검찰·피고인석도 그만큼 좁다. 소법정에서 거물급 피고인의 재판이 열리면 좁은 공간에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차는 ‘콩 나물 시루’가 되기도 한다.

서울의 한 판사는 "법정에 출석한 검사가 너무 많으니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거의 처음 듣는다"면서 "10명 넘게 검찰이 출석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은) 수사검사도 많이 출석하는 것 같은데, 법정을 옮기는 과정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 재판장 재량으로 제안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선닷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6/201904160149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