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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새해, 대화가 필요해

김윤덕 문화부장

입력 2019.01.08 03:13


보검이 같은 남친 있으면 고된 하루하루 행복해질까
혜교 같은 여친 생기면 장밋빛 미래 펼쳐질까
어둡고 불안한 때일수록 그대와 나, 대화가 필요해


-아지매요, 입 좀 다물고 보래. 파리 들어간데이.


"아재요, 아지매가 '남자친구' 시청하실 땐 숨소리도 내지 말라 했능교 안 했능교."

-긍게, 저 껄배이하고 송혜교하고 좋아하는 사이다, 이기가?"

"껄배이 아이고 보검입니더. 박보거미."

-신입사원이 낫살 먹은 사장이랑 연애한다는 기 말이 되나, 이 말이다.

"권력이 그래서 좋다 아입니꺼. 이쁘제, 돈 많제, 힘 있제. 내도 새로 태어나먼 저리 한번 살아볼라꼬예. 청포도 같은 남자랑 쿠바로 날아가가 말레콘비치의 빨~간 석양을 바라보며 맨발로 돌길을 사뿐사뿐 걸어볼랍니더."

-연하가 뭣이 좋다꼬. 사내는 고마 바윗돌마냥 묵직허니 삶의 연륜이 묻어나야 멋진기다. 그래서 꽃중년 아이가.

"꽃중년이 열 트럭이면 뭐합니꺼. 내를 지 몸처럼 아껴줘야제. 보검이 하는 거 보이소. 혜교가 보고잡다고 새벽에 고속도로를 폭풍처럼 질주해가 안 오능교. 따끈한 국밥에 깍두기 얹어주제, 추울세라 롱패딩 벗어주제, 커피 갖다 바치제. 그라고는 뭐라 한 줄 압니꺼? '파도가 바다의 일이듯, 당신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나의 일입니다….' 죽이지예?"

-여자 꼬실라고 벨짓을 다한데이. 사내자슥이 저리 촐랑대면 파인기라. 사골처럼 찐~하게 우러나야 진국이제.

"울궈도 너무 울궈가 사골이 폭삭 삭았응께 하는 말 아입니꺼. 돌덩이처럼 단단하던 허벅지는 간데없고 숟가락 내려놓은 지 3분도 안 돼 코를 골기 시작하는 사골을 우째 탱글탱글한 청포도에 비합니꺼."

-그거 성희롱 아이가? 청와대는 뭐하노. 이런 숭악한 아지매 안 잡아가고.

"고마 보검이처럼 카멜색 모직 코트 잘 어울리는 남자랑 죽기 전 데이트 한번 해보는 기 내 작은 소원이라예."

-나이가 오십이면 생각이란 걸 좀 하고 살아라. 저눔의 테레비를 뽀사버려야 정신 차릴끼고. 막장 볼 시간 있으마 뉴스를 한번 더 보래이.

"요새는 뉴스가 더 막장이라예. 꽃노래도 하루이틀, 용비어천가도 사흘나흘이지예. 글로발 경제 전망을 부엌에 앉은 내보다도 못하는 물건들이 졸졸이 나와가 자화자찬 아이면 윽박질러대는 꼬락서니가 기가 차다 안 합니꺼."



-니도 촛불 아이가? 머리띠 좋아하는 삼팔육.

"뜨겁게 타오르다 한방에 훅 갔다는 점에서 연애와 촛불이 쌤쌤이더라 이깁니더. 연애할 땐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준다꼬 달콤한 소릴 연방 해쌌드만, 막상 한집에 살게 되니 내 니를 은제 봤드노 하는 표정을 짓는기 촛불이랑 똑같다 아입니꺼."

-내가 은제?

"공익을 위해 내도 양심호루라기 한번 불어볼까예?"

-엥가이 해라.

"무릎 꿇고 걸레질 한번 안 해본 사내에게 마음을 줘선 안 되었듯이, 온몸으로 땀 흘려 돈 벌어 본 적 없는 자들을 정의의 사도로 떠받들어서도 안 되는 거였어예. 괴물 잡으려다 괴물 된 자들로 나라가 거덜나게 생겼으니 이를 우얍니꺼."

-된소리 고마하고, 요 앞에 곰탕이나 한그릇 먹으러 가제이. 숟가락에 깍두기 살포시 얹어줄꾸마.

"인자부턴 '알함브라' 봐야 합니더."

-거긴 또 언놈이 나오는데?

"현빈, 나쁜 남자 현빈."

-박보검한테 흘린 침이 아직 마르지도 않았데이.

"변해야 사랑이지예. 이 나이 되면 가리는 거 없습니더."

-퉁기지 말고 새해엔 내가 느그 남자친구 돼 줄 테니 우리도 썸 한번 타보제이.

"만시지탄에 풍수지탄이라. 나무는 멈추려 하나 바람이 자꾸 흔드니 이를 우얄꼬."

-궁디를 마, 주차삘라. 됐데이. 내도 차화연 같이 돈 많은 누님 찾아볼란다.

"롱펠로가 이런 시를 남겼어예. 오래전 잃어버린 화살이 어디 갔나 했더니 내 늙은 아내의 가슴에 꽂혀 있었네."

-그래서 우짜라고.

"늙어가는 마누라 위해 이런 시 하나 지어주마 썸 타는 거 고려해볼라꼬예."

-치아라. 그라고 시를 욀라면 똑바로 외 라. 화살은 참나무 밑동에 박혔고, 그녀의 가슴에 노래가 숨어 있었네다. 화살이 가슴팍에 박히먼 죽기밖에 더하겠나, 이 아지매야."

"출출하면 컵라면이나 여 자시소."

-남이사 컵라면을 여 묵든, 디비져 자든.

"민이 아부지예."

-와.

"당신은 얼라처럼 화낼 때가 젤로 귀엽습니더."

-시끄룹다.

"민이 아부지예."

-와, 자꼬?

"해피 뉴우 이아~,라예."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07/201901070298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