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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Why] 유튜브에선 김어준보다 정규재… 우파 전성시대가 된 까닭

권승준 기자

입력 2018.09.01 03:02 | 수정 2018.11.02 19:08


5060, 유튜브 열혈 시청자 되다



"하루 시작이 유튜브를 켜는 겁니다. 구독하는 영상 계정이 4개인데, 밤새 뭐가 새로 올라왔는지 체크하고 친구들과 공유하고 내용을 토론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과예요. "

초등학생 얘기가 아니다. 초등학생 손자를 둔 김진교(69)씨 얘기다. 그는 매달 1만원 이상 사용료를 내는 유튜브 유료 서비스까지 가입한 열성 사용자. 스스로 "애국 우파"라고 소개한 김씨는 "유튜브 덕분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동지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구독 목록에 올라온 네 계정은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이 운영하는 '펜앤드마이크',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가 만드는 '신의 한 수' 등 모두 우파 논객으로 알려진 이들의 인터넷 시사 방송이다. 김씨는 작년 5월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규탄하는 태극기 집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만난 또래들로부터 이 계정 얘길 듣고 방송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매주 올라오는 영상을 모두 챙겨 볼 뿐 아니라, 친구나 가족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 영상을 열심히 퍼나르는 열혈 시청자가 됐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신혜식, 신의 한 수, 박근혜

유튜브, 50~60대 중장년층에 큰 인기

10~20대 젊은 층과 좌파 논객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뉴미디어 시장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김씨 같은 50~60대 중장년층, 특히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는 적극적 우파 성향 시민들과 유튜브가 그 바람의 중심이다. 어버이연합 회원 등 태극기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한다는 이들 9000여 명이 모인 한 소셜미디어 커뮤니티에는 매일 유튜브 영상 링크가 10~20건 올라온다. 모두 우파 논객들이 만든 인터넷 시사 방송이다. 이들은 우파 논객이 만든 유튜브 인터넷 방송을 적극 시청하고, 기존 미디어 시장에서 소외된 우파 논객들은 이에 호응해 유튜브에 방송을 전개하는 순환 구조다. 한때 종편의 각종 시사 방송 패널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신혜식 대표가 대표적인 예. 그는 2015년 유튜브에 '신의 한 수'를 만들었다. 그 후 1년간 구독자가 1만명 수준에서 답보 상태였지만,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와 촛불 집회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성장해 지금은 19만명으로 늘어났다. 지상파인 MBC 뉴스 유튜브 계정 구독자(약 17만명)보다 많다.

이는 2010~2011년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보급되던 당시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 방송)가 등장하면서 좌파 논객 김어준이 진행한 '나는 꼼수다'가 인기를 얻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펜앤드마이크의 구독자가 약 23만명으로 KBS 뉴스 구독자(약 25만명)와 어깨를 겨룬다. 반대로 좌파 논객들은 유튜브에서 우파에게 밀리는 모양새다. 김어준 등이 주축이 된 '딴지방송국'이 좌파 성향의 유튜브 시사 방송 계정 중 규모가 가장 큰 편인데 구독자는 약 9만명으로 우파 시민 단체 '엄마부대'의 주옥순 대표가 운영하는 '엄마방송국' 구독자(약 7만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어준, 나는 꼼수다, 주옥순, 엄마방송


한 달 수입 1000만원 이상… 우파 방송 진화

우파 논객과 그에 동조하는 중장년층이 유튜브에서 동거하게 된 건 유튜브 특유의 수입 구조와 사용의 편리함 덕분이다. 앱을 내려받아야 하고 구독 절차가 복잡한 팟캐스트에 비해, 유튜브는 보통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고 계정 구독도 클릭 한 번이면 된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년층도 스마트폰 사용률이 70%에 이르기 때문에 그만큼 접근도 쉬워졌다. '엄마방송국'의 애청자라는 조영실(55)씨는 "유튜브를 할 줄 모르지만 지금 가입한 태극기 집회 참가자 모임 단톡방 회원들이 매일 '엄마방송국' 링크를 올려주고 내용 요약본도 만들어서 보내준다"고 말했다.

공급자로서도 팟캐스트에 비해 유튜브가 더 경제적이다. 팟캐스트는 녹음 전문 스튜디오가 있어야 제작하기 쉬운 반면, 유튜브는 누구든 쉽게 계정을 만들 수 있고,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것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계정 구독자가 1000명 이상이 되면 그때부터 영상에 붙는 광고 수입을 계정 운영주와 공유한다. 구독자가 많을수록 벌어들이는 수입도 커진다. 보통 유튜브 구독자가 10만명이면 월 수입이 800만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펜앤드마이크는 월 광고 수입이 1800만~24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유튜브 방송이 기존 미디어에서 소외된 우파의 여론 배출 창구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가짜 뉴스나 각종 혐오 발언 등이 여과 없이 유통된다는 우려도 있다. 펜앤드마이크에 출연한 패널들이 "동성애 해방 운동은 공산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등의 발언을 별다른 검증이나 여과 절차 없이 그대로 방송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유튜브의 모기업인 구글이 해외 기업이라 국내 방송국같이 방송 내용에 관한 규제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해질 우려도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문조 교수는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에서 우파의 목소리를 담는 콘텐츠가 늘어나는 건 담론 시장의 좌우 균형 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문제는 그 내용"이라며 "규제나 검증의 사각지대에 있는 우파 매체들은 가짜 뉴스의 위험이 항상 있는 만큼 우파 논객들 스스로 건전한 담론 형성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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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31/201808310169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