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 기자
입력 2017.09.23 03:02 | 수정 2017.09.23 07:13
천기저귀 사용 크게 늘어… 애벌빨래에 삶기까지… 일회용보다 관리 어려워
도우미 "기저귀 갈다 하루 가"… 하루 1만원 웃돈 더 받기도
돌쟁이를 키우는 워킹맘 송모(33)씨는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커지자 가장 먼저 아기가 쓰는 일회용 기저귀 걱정을 했다. 송씨는 전기건조기와 면기저귀, 예비용으로 영국산 친환경 일회용 기저귀를 새로 샀다. 입주 이모님(보모를 부르는 호칭)에게 "빨래는 내가 할 테니 낮 동안이라도 천기저귀를 쓰고 싶다"고 운을 떼자 이모님 낯빛이 변했다. 처리가 번거롭고 일회용 기저귀보다 자주 갈아줘야 한다는 이유였다. 송씨는 "아기 엉덩이에 발진이 생긴 게 일회용품 때문은 아닌지 불안했다. 이모님이 허락은 해줬지만 아기가 대변을 볼 때마다 싫은 티를 내 눈치가 보인다"며 "애 맡겨놓고 일하면서 천기저귀를 쓰는 건 사치 같다"고 했다. 결국 그는 남편과 상의해 이모님에게 한 달 20만원을 더 얹어 드리기로 했다.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 불똥이 산후도우미·베이비시터 시장으로 튀었다. 환경 문제에 민감한 젊은 엄마 중 일회용 기저귀가 안전한지 의구심을 품으며 천기저귀를 쓰려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도우미나 보모의 일거리가 늘어나는 만큼 추가 요금을 내는 경우도 많다.
12월 말 출산 예정인 정모(28)씨는 일찌감치 예약했던 산후조리원 계약을 해지했다. 정씨 역시 곧 태어날 아기에게 천기저귀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조리원 측에선 "우리는 원칙적으로 일회용 기저귀만 쓴다"고 못 박았다. 정씨는 계약금 20만원을 포기하고 집으로 산후도우미를 부르기로 했다. 2주에 90만원짜리 기본 상품을 예약하려 했지만 업체에선 "천기저귀를 쓰려면 경력 많은 관리사가 가야 한다"며 그보다 30만원 더 비싼 상품을 권했다. 그마저도 "천기저귀 쓰면 관리사가 다른 집안일은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있음을 감안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본지가 산후도우미 업체 다섯 군데에 '아이는 천기저귀를 쓸 예정'이라며 상담했더니 "고급형 코스만 이용할 수 있다", "산모 마사지 등 몇 가지 서비스는 제외된다" 등의 답변을 받았다. 사는 지역을 물어본 후 "그곳엔 갈 만한 관리사가 없으니 출장비를 더 내야 한다"고 답한 곳도 있었다. 대부분 업체에서 천기저귀 사용 여부가 도우미 비용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고 있었다. 한 상담사는 "전엔 가끔 천기저귀에 대해 묻는 산모가 있으면 원만한 관리사를 붙여줬는데 요즘은 그렇게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미 산후도우미 업계에선 천기저귀를 쓰면 하루 5000~1만원 웃돈을 받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지고 있다.
부모들 사이에서 일회용 기저귀에 대한 불안이 떠도는 사이 아이를 돌보는 이들도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한 산후도우미는 "신생아는 수시로 묽은 대변을 보는데 천기저귀는 바로 갈아줘야 하다 보니 하루 종일 기저귀만 갈아야 한다"며 "애벌빨래에 세탁, 삶기까지 해야 해서 애 엄마가 좀 더 일해달라고 해도 거절
할 생각"이라고 했다. 10년째 입주 보모로 일하는 성모(55)씨는 "아동학대가 한창 문제가 됐을 때는 거실에 CCTV를 놓는 문제로 부모와 갈등이 있었는데 생리대 파동이 일자 천기저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말 시중 유통되는 모든 생리대와 어른·유아용 기저귀를 대상으로 유해물질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2/20170922016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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