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시인
입력 2016.12.12 03:10
멀리 가는 울음 바늘이 쏟아질 듯한 전나무 숲을 딛고 와서 마침내 서보는 한 층 더 종을 때리고 가다 ―김창균(1966~ ) |
월정사로 가는 길 양편에 선 우람하고 훤칠한 전나무들을 본 적이 있다.
거대한 침묵의 숲길을 걸어가 본 적이 있다.
수천 개의 바늘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전나무를 우러러본 적이 있다.
그리고 월정사 대웅전 앞뜰 팔각구층석탑 아래에 가만히 서 본 날이 있다.
언젠가는 백지처럼 환한 대낮에,
언젠가는 기울어지는 석양의 때에,
언젠가는 깨끗하고 원만한 달이 떠오른 한밤중에,
언젠가 는 얼음 같은 엄동(嚴冬)의 새벽에.
그 팔각구층석탑 아래 서면 마음이 간절해지기도 했다.
시인은 석탑 맨 위에 낮달이 떠서 또 하나의 층을 이룬 것을 본다.
바람이 하얀 낮달을 밀어온 것을 본다.
그리고 멀리 가는 종소리를 끝까지 듣는다.
무욕(無慾)할 때에만 눈과 귀에 들어와 보고 듣게 되는 것들이다.
문태준 시인, 김창균 시인, 월정사팔각구층석탑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11/20161211014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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