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 기자
입력 2016.12.07 03:00
[혼자만의 송년회 갖는 사람들]
'혼밥' '혼술' 문화 자리잡으며 송년회 풍경에도 변화 일어
떠들썩한 술약속·데이트 벗어나 홀로 차분히 한 해 정리하려는 것
이를 겨냥한 여행·공연상품 봇물
"연말에 친구들끼리 모여서 시끌벅적하게 노는 것도 좋지만, 올해는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요. 송년회에 나가는 대신 그 돈 모아서 혼자 일본 오키나와 여행 떠나려고요. 모처럼 푹 쉬면서 자유를 만끽하고 내년 계획도 짜볼 생각이에요."(직장인 김태환씨·27)
"보통 새해가 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하잖아요. 저는 연말부터 시작해보려고 12월이 되자마자 헬스장에 등록했어요. 1년 동안 수고한 몸과 마음을 달래면서 한 해를 힘차게 정리할 거예요."(직장인 안정미씨·25)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 '혼행'(혼자 떠나는 여행)에 이어 이제는 '혼말'(혼자 보내는 연말)이다. 이전까지는 지인들과 함께 송년회 자리를 만들어 떠들썩한 시간을 보내거나,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거나, 크리스마스·연말연시를 함께 보낼 애인을 찾기 위해 소개팅에 나서는 것이 흔한 연말 풍경이었다. 하지만 당당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서 홀로 차분하게 가는 해를 정리하고 오는 해를 맞이하겠다는 '나 홀로 연말족'이 늘고 있다. 운동, 여행, 취미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휴식과 재충전을 통해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지난달 말 20세 이상 3004명을 대상으로 올해 송년회 계획에 대해 설문한 결과 '송년회를 계획 중'이라는 응답자는 53.6%로 작년(59.8%)보다 줄었다. '아직 계획 잡지 못했다'는 응답이 25.6%, '송년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0.8%였다.
대학원생 김혜민(34)씨는 연말이면 밀려드는 술 약속과 거창한 송년회 자리가 불편하다. 과음에 시달려야 하는 데다 비용 부담도 만만찮기 때문. 올 연말엔 집에서 TV를 보며 편의점 맥주와 마른안주를 차려놓고 조촐한 '나만의 송년회'를 할 계획이다. 그는 "북적거리는 분위기에 휩쓸려 한 해를 정신없이 마무리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41)씨는 연말마다 6~7차례 송년회 모임에 나갔지만 올해는 세 번으로 줄였다. 최순실 사태로 정국이 어수선하고 청탁금지법 여파도 있어 지인들도 가급적 송년회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는 "어딜 가나 나라 걱정 이야기뿐이니 여럿이 모여도 흥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 홀로 연말족'이 늘어나면서 연말 특수를 노리는 공연·영화·여행업계 등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관 CGV는 연말에 혼자 극장을 찾는 고객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싱글 패키지'를 내놨다. 영화 티켓 1인권과 팝콘, 음료, 기념으로 간직할 수 있는 포토 티켓 1인권이 포함됐다.
남성 듀오 '옴므'는 크리스마스 공연을 앞두고 혼자 공연을 보는 사람들을 위한 좌석 '혼공 남녀 ZONE'을 마련해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호텔 예약 사이트 '호텔엔조이'는 연말 호텔에서 혼자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힐링 스크래치북을 제공하는 '나 홀로 집에' 패키지를 선보였고, 부산 해운대 한화리조트는 연말에 혼자 여행하는 이들을 겨냥해 사우나 1인권, 조식 뷔페 1인권, 칵테일 1잔 등을 선택할 수 있는 '혼행의 진
수' 패키지를 출시했다.
옴므
온라인 쇼핑몰 옥션은 연말을 맞아 혼자 즐기는 여행·문화·취미·밥과 술 등과 관련된 상품을 따로 모아 판매하는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정자인 옥션 홍보과장은 "고객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연인이나 함께 사는 가족이 있는 사람들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07/20161207001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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