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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

[유창우의 쉬운 사진](62) 가을 사진 찍기

 

[유창우의 쉬운 사진](62) 가을 사진 찍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산 정상에 올라 보자

 

△110㎜ 렌즈 사용. 세로로 6장 찍어 포토샵 파노라마 작업으로 이어붙임.


아름다운 하늘은 언제 나타날까.
흔히들 사진 찍는 사람들은 "눈앞을 가리는 불순물이 없을 때 하늘이 파랗고 쨍해진다"고 한다.
비 내린 직후나 바람이 거세게 불고 난 다음도 마찬가지다.
대기를 채우고 있던 먼지나 수증기가 말끔히 사라져 더 멀리 훤하게 보인다.


또 하나, 가을이다.
개인적으로 난 가을을 '정갈한 하늘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이맘때 하늘은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닦아 먼지 하나 없는 유리창처럼 보인다.
덕분에 가시거리(可視距離)까지 길어져 멀리 내다볼 수 있다.
이럴 때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금상첨화다.
평소엔 아무리 굽어봐도 보이지 않던 곳까지 생생하게 보인다.


따라서 "이맘때 뭘 찍으면 좋겠냐"고 묻는 초보 사진가에게 난 "일단 산에 올라가 보라"고 대답한다.
가을 산을 오르는 등산객, 새파란 하늘, 그리고 산의 능선까지 또렷하게 카메라에 잡힌다.
정상에 오르면 금상첨화다.
가장 멀리, 가장 드넓게, 가장 생생하고 날카롭게. 기대 이상의 멋진 풍경을 찍을 수 있다.
봄이나 겨울에 찍는 풍경과 또 맛이 다른 이유는
바로 그렇게 차갑고 투명한 가을 공기가 화학작용을 일으킨 덕분일 것이다.
이맘때 파노라마 사진을 찍으면 유난히 근사하게 나오는 것도 역시 하늘과 가을의 마법 덕분일 게다.


가을 산엔 이야깃거리도 풍부하다.
생활 사진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풍과 억새가 일단 가을 산엔 널려 있다.
햇빛과 하늘, 단풍에 물든 나뭇잎이 부딪쳐 빚어내는 풍경은
언제 찍어도 마음이 약해지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억새는 바람에 이끌려 이리저리 흔들린다.
이것만 찍어도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여기에 떨어지는 계곡물, 오가는 사람들, 들꽃을 섞어 찍다 보면
'가을 사진을 어디서 어떻게 찍을 것인가' 고민할 틈이 없다.


파노라마 사진을 유난히 잘 찍는 후배 김승완씨가
2011년 찍은 이 대둔산 자락 사진도 가을에 완성한 것이다.
절정을 이룬 단풍과 바위산 줄기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넓고 크게 찍은 사진이지만, 바위 표면과 그 구성진 모양,
단풍과 소나무로 들이치는 햇살의 각도까지 생생하게 픽셀마다 표현됐다.
가을 하늘과 가을 산. 언제 찍어도 답을 들려주는 주제다.
그러니 가을 사진만큼은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산에서 시작하는 게 맞는다.


원문: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0/16/2013101602359.html

 

[유창우의 쉬운 사진] 요약(전체): 이곳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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