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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

신수진의 사진 읽기[10] 눈의 한계를 뛰어넘다, 시간의 틈새를 메우다

[신수진의 사진 읽기] [10] 눈의 한계를 뛰어넘다, 시간의 틈새를 메우다

신수진/사진심리학자

 

사진이 눈에 보이는 것만 보여주는 도구였다면 오늘날 우리가 사진에 주목하는 것의 의미는 훨씬 축소
됐을 것이다. 사진 발명 초기부터 사진 기술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것 이상을 추구해왔고, 그 결과 사진
은 인간의 눈을 변화시켜 왔다.
눈은 뛰어난 감각 기관이지만 한계를 갖고 있다. 아주 작거나 거대한
것, 매우 느리거나 빠른 것처럼 눈이 볼 수 없는 대상에 관심을 갖는 일은 말 그대로 인간의 한계를 뛰
어넘기 위한 시도였다.

 

 이드위드 머이브리지, 생물의 운동기능, Plate 167(부분), 1887

 

이드위드 머이브리지(Eadweard James Muybridge·1830~1904)는 사진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없는 순
간을 잡아내기 시작한 장본인이다. 그는 1880년대부터 생명체들의 '동작'을 찍기 시작했다. 말이나 사
람의 동작을 정교하게 촬영하기 위해선 대략 1000분의 1초 이하의 짧은 순간을 찍을 수 있어야 하는
데, 유리 원판을 사용하는 '콜로디온 습판'이란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는 적어도 10초 이상의 노출 시
간이 필요했다. 그는 후원자들을 설득해 비용을 마련하고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셔터와 감광유제 등
의 기술적 한계를 개선했다. 그리고 1887년 2만장이 넘는 남성, 여성, 어린이, 조류를 포함한 동물의
동작 사진을 담은 '생물의 운동기능(Animal Locomotion)'이라는 전설적 업적을 출간한다. 그 안에는
인류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시간의 틈새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후 마르셀 뒤샹, 프랜시스 베이
을 비롯한 화가들의 작품은 물론이고 영화 매트릭스의 동작 묘사에서도 그의 시각적 선구성은 확인
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사진이라는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인식을 확장시켜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의 시도가
지닌 역사적 의의는 처음 이 사진을 본 사람들과 130여년이 흐른 지금 이 사진을 보는 우리의 반응 차
이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오늘날 누구도 이 장면이 충격적이거나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여기지 않
는다. 다시 말해 시간의 틈새를 익히 보아 알고 있는 것 자체가 그만큼 우리의 눈이 달라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좋은 작품은 볼 수 없던 것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입력 : 2013.09.22 03:12

 

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21/20130921026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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