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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

신수진의 사진 읽기[9] 급변하는 時代에 대응한 '知的 실험'

[신수진의 사진 읽기] [9] 급변하는 時代에 대응한 '知的 실험'

신수진/사진심리학자

 

역사적 인물들의 업적을 들여다보면서 그들이 이 시대에 산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때가 있
다. 인재가 타고나는 것만이 아니라면 다른 시대적 환경 속에선 그들도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
다가도, 그들의 시대에 대한 대처 방식이 오늘날에도 유효하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보는 것이다. 어쨌
거나 인재는 시대와 함께 만들어진다.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던 백 년 전의 유럽에서 활동했던 작가 중
엔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예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사람이 많다. 라슬로 모호이너
지(Laszlo Moholy-Nagy·1895~1946)
도 그중 하나다.

 

 빛으로 그린 그림

기계로 만든 규격화된 생산품들을 암실에 갖고 들어가 빛을 비추자 이름과 기능은

사라지고 추상화된 그림만 빛의‘흔적’으로 남았다. 라슬로 모호이너지, 포토그램, 1939

 

헝가리 태생으로 독일 바우하우스를 거쳐서 후에 시카고 뉴 바우하우스를 이끌었던 그의 활약은 눈부
시다. 화가이자 사진가, 교수이자 이론가로서 그의 활동 분야는 조각·영화·디자인·광고·무대 및 전시
설계 등을 넘나들었다. 그야말로 유토피아 정신으로 무장한 전 방위적 예술가였다. 이 모든 활동을 관
통하는 그의 관심사는 기술과 산업이 이끄는 환경의 변화를 예술에 통합하는 것이었다. 포토그램(pho
togram)은 카메라를 이용하지 않고 암실에서 인화지 위에 직접 빛을 주어서 그림자만으로 형태와 명
암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말 그대로 빛으로만 그리는 그림
이다.

 

모호이너지에게 사진은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빛'을 다루기에 가장 적합한 도구였다. 안료로 그림
을 그리는 것이 이전 시대의 유산이라면 전기를 활용하는 인공 조명을 가지게 된 20세기 인간에게 '빛
으로 그리는 그림'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사진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예술적
표현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 중에서도 모호이너지가 유독 포토그램에 매료되었던 이유
는 그것이 물질성과 비물질성, 구상과 추상, 사고와 감정을 넘나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
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당시의 인류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의 본
질을 꿰뚫어 인류가 변화하는 시대에 더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믿었던 그가
우리 시대에 다시 살아난다면 무엇을 했을까 하는 공상에 빠져본다.

 

입력 : 2013.09.06 02:59

 

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05/20130905046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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