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사진 읽기] [12] 3代에 걸쳐 완성된 장인적 예술성
▲ 완다 율츠, 나+고양이, 1932
사진이 발명된 후 적어도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사진술은 만만한 기술이 아니었다. 그 시기에 사진이
라는 신기술을 예술적 도구로 활용하고자 했던 이들은 우선 기술을 장인의 수준으로 온전히 습득해야만
했다. 그러고 나서야 특출한 기술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사진에 자신만의 표현방식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단계, 즉 예술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한 사람이 당대에 그 과정을 모두 이루진 못하였지
만, 세대를 이어 축적한 기술을 종국에는 예술로 승화시킨 경우도 있다.
이탈리아 미래주의에 동참했던 완다 율츠(Wanda Wulz·1903~1984)는 가업으로 사진 스튜디오를 이어받
았다. 그의 할아버지 주세페 율츠는 1868년에 슬로베니아와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항구도시인 트리에스
테에서 영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솜씨는 고객들을 만족시켰고 자연히 그의 스튜디오는 잘 자리 잡
았다. 그는 아들에게 기술을 전수하였고, 그의 아들은 다시 어린 딸들을 일찌감치 모델과 조수로 훈련
시켰다. 자매가 성장하여 스튜디오 운영을 물려받은 후, 특히 완다는 아버지의 장인적 기술을 바탕으로
그 집안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기에 이른다.
그녀는 전통적인 인물사진에 만족하지 않고 한 장의 사진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해석과 상상을 보여주
기 위해 암실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합성해내는 실험에 몰두한다. 고양이와 자신의 얼굴을 절묘하게
합성한 이 작품은 당시 아방가르드를 꿈꾸던 동료 예술가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눈의 위
치와 얼굴의 크기를 딱 맞추어서 두 장의 사진을 중첩시킴으로써 그녀는 잠재의식으로부터 끌어올려
진 초현실적인 조합을 만들어냈다. 완벽한 기술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해져서 한번 보면 잊기 어려
울 만큼 강렬한 예술 작품이 탄생하였음은 물론이고, 세대를 거듭한 기술의 축적이 역사에 남을 예술
작품으로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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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0.12 03:13
원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0/11/2013101103785.html
완다 율츠(Wanda Wulz) 작품 더 보기: 이곳을 클릭(google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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