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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

신수진의 사진 읽기[13] 이상적인 고결함인가, 유혹적인 분방함인가

[신수진의 사진 읽기] [13] 이상적인 고결함인가, 유혹적인 분방함인가

신수진/사진심리학자 

 

젊은이들은 두 갈래 길 앞에서 서성인다. 미래의 가치를 위해 절제하는 길과 눈앞에 놓인 쾌락을 따르
는 길은 한 인간의 삶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인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한 장의 사진에 담는 것
은 마치 한 편의 연극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것과도 같이 어려운 과제이다. 19세기에 사진술을 자신의
예술적 표현에 활용했던 작가들 중에는 유독 이런 장황한 이야기를 사진에 담는 일에 몰두한 경우가
많았는데, 마치 화폭에 그림을 그리듯이, 사진을 회화적 도구로 쓰려고 했기 때문
일 것이다.

 

오스카 레일란더(Oscar Gustav Rejlander·1813~1875)는 그의 대표작인 '인생의 두 갈래 길'에서 '조
합인화(combination printing)'
방법으로 지극히 연극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재현했다.
작품은 두 개의 무대로 양분되어 있고, 각기 다른 선택을 한 젊은이 앞에 펼쳐지는 상반된 즐거움이 묘
사되어 있다. 수많은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듯한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레일란더는 서른두
장의 사진을 6주에 걸쳐 이음매 없이 매끈하게 조합해냈다.
당시로는 놀라운 세공적 완성도에 감탄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구입하여 아들인 앨버트 왕자에게 선물하면서 크게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오스카 구스타브 레일란더, 인생의 두 갈래 길, 1857

 

1857년에 처음 전시된 이 작품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수많은 등장인물 중에 옷을 입은 사람들의
얼굴은 쉽게 확인이 되지만 옷을 벗은 모델들은 교묘하게 얼굴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벗은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보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을 테지만, 호사가들은 작가가 값싼 모델을 구하느
라 매춘부를 동원했다고 입방아를 찧어댔다. 본질을 벗어난 비난에 지친 레일란더가 사람이 아닌 풍경
만 찍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하니, 사진으로 비유와 상징의 세계를 표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논
쟁과 좌절이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되는 지점이다.

 

입력 : 2013.10.22 03:04

 

원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0/21/2013102103838.html

오스카 레일란더 작품 더 보기: 이곳을 클릭(google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