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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계파색 옅은 합리파… 국민의힘서도 “호형호제”

주희연 기자
입력 2022.03.28 03:20

일러스트=이철원

양정철 꺾고 국회 입성한 전대협 마지막 의장...검수완박 입법 독주 여부가 첫 시험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는 27일 신임 원내대변인으로 오영환·이수진(비례) 의원을 임명하면서 “현장에 대한 이해와 직역 전문성을 갖춘 두 분을 모셨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소방관, 이 의원은 간호사 출신 노동운동가다. 박 원내대표가 인선 배경으로 꼽은 ‘현장’은 그를 이해하는 주요 ‘키워드’라고 당 관계자들은 말한다. 본인이 시민단체 활동을 오래했고, 당내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파인텍 고공농성, 전주 택시 고공농성 등 노사 갈등 현장을 찾아 중재를 자임했다. 젊었을 때는 경희대 총학생회장, 전대협 마지막(6기) 의장대행을 맡아 학생운동 현장에 있었다.

박 원내대표가 요즘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한다. 전임 원내대표였던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혀, ‘검수완박 대못 박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전 이재명 전 경기지사에게도 관련 입장을 물었다고 한다. 당시 이 전 지사는 ‘검수완박’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후 박 원내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이른바 ‘검찰·언론 개혁’을 강하게 주장했고, ‘검수완박’ 강경파의 지지를 받았다. 당선 소감에서도 “검찰·언론 개혁과 민생을 챙기는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고,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내대표 당선 3일 만인 27일 그는 ‘검수완박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해야 한다는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유 있게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다.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용한 뒤 결론을 도출하자는 얘기를 나눴다”며 “합리적인 사람이라 독단적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무작정 강경하게 나갈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은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이 어떤 태도와 자세를 보여줄지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의 절박함이 국민에게 전달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옛 박원순계 출신으로 친문 주류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가까운 편도 아니었지만 대선 경선 초반에 이 전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박 전 서울시장과 이 전 지사가 가깝게 지냈고 정치철학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런 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후보 비서실장까지 맡으면서 신(新)이재명계로 부상했다. 이 때문에 그의 당선으로 민주당의 주류가 ‘친문’에서 ‘친명’으로 교체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 전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3선인데도 계파 중심의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행보를 해 왔고, 개혁적이면서도 민생 중심의 합리적 노선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이 전 지사가 좋게 봤다”고 했다.

앞서 그는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전국청년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을 지역에 출마했는데, 당시 경선에서 친노 계열의 핵심 인사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꺾어 화제가 됐다. 이후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했다. 당 관계자는 “지역구에 무슨 일이 생기면 늘 현장에 나타나고 동네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마당발”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21대 들어서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와 예결위원장을 지냈다. 한 초선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예결위 간사로 있을 때 내가 냈던 코로나 관련 법안 예산 통과가 안 된 이유를 알려주려 새벽 5시에 전화를 했더라”며 “‘일 열심히 하고 책임감 있는 선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018년 박 원내대표와 예결위 활동을 같이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그에 대해 “사석에서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사이”라고 한다.

원글: https://www.chosun.com/politics/assembly/2022/03/28/UOU5MGUAE5GXNGENCBF5CS2G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