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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2년 넘게 구직 실패… 눈물의 취준생 35만명

정석우 기자
입력 2022.10.20 03:16

/일러스트=이철원

장기 구직자 비율 7년만에 최고치
올해 고졸 이상 미취업 133만명
이 중 장기구직자는 26.5% 달해
구직 단념한 니트족 비율도 증가

경남의 한 사립대 공대의 한 학과는 올 2월 졸업한 200명 가운데 9월 말까지 취직한 졸업생이 80명에 그쳤다. 이 학과의 A교수는 “3년 넘게 취업률이 50%를 밑돌고 있다.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이라며 “졸업 후 1년 정도는 취직 준비를 한다고 연락이 오기도 하지만, 2~3년 지나면 연락이 닿지도 않는다”고 했다. 같은 대학 인문대의 한 교수는 “공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우리는 취업 집계를 위한 연락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2년 넘게 미취업 비율 7년 만에 최고

청년 고용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교나 전문대, 대학 등 최종 학교를 졸업‧중퇴하고 취업하지 못한 15~29세 청년은 올해 5월 기준 133만명이다. 이 가운데 26.5%인 35만3000명은 졸업‧중퇴하던 해는 물론 졸업 이후 2년 이상 취업하지 못했다. 구직 기간이 길어지는 취업 준비 장수생들이다. 매년 5월 기준으로 조사하는데, 이 같은 2년 이상 미취업자 비율은 2015년(27.6%)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미취업 1년 이상은 43.7%인 58만1000명으로 집계됐고, 3년 넘게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청년은 미취업 청년 6명 중 1명꼴인 22만4000명(16.8%)에 달했다.

A교수는 “지역 중견‧중소기업에서 졸업생을 소개시켜달라고 연락이 와서 졸업 1~2년 차 졸업생을 소개시키려 하면, 회사 인사 담당자들이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학생들을 소개해달라’며 반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취업 사정이 여의치 않자 아예 자포자기하는 학생들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8만4000명은 “3년 넘게 집에만 있다”

실제로 3년 이상 청년 미취업자 가운데 37.5%인 8만4000명은 ‘집에서 그냥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아예 구직을 단념하거나, 취업을 할 생각이 없어 구직 활동조차 하지 않고 지내는 청년 ‘니트(NEET)족’이다. 3년 이상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 가운데 니트족의 비율은 2020년 25.4%(7만1000명)에서 작년 34.5%(9만6000명), 올해 37.5%로 급격하게 높아지는 추세다.

니트족은 ‘일을 하지도 않고, 취업을 위한 공부나 직업 교육을 받지도 않는 청년 실업자(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를 뜻한다. 1999년 영국 토니 블레어 내각 당시 총리 직속 사회이탈 방지국이 사회 캠페인 차원에서 처음으로 쓴 용어로 10대를 뜻하는 ‘teen’을 거꾸로 쓴 단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배우기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 시절 일할 기회를 놓치면 영영 일을 못 배우는 경향이 있다”며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청년들이 늘어나 경제 전체의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PC방 사장 B씨는 “코로나로 대면 일자리가 줄었던 2020년과 작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은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다 보니 다시 일자리가 생겨난 지금 업주들이 선뜻 뽑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B씨는 PC방 아르바이트생 20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경우는 2019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0년생이라고 했다.

◇일자리 구하기까지 10.8개월

구직 의사가 있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청년층 임금 근로자 401만8000명이 첫 일자리를 구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10.8개월로 집계됐다. 2019년 10.8개월에서 2020년 10개월로 줄었다가, 작년(10.1개월)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길어졌다. 대졸자(전문대‧대학원 졸업자 포함)는 이 기간이 평균 7.8개월로 집계됐고, 고졸 이하는 1년 4개월에 달했다. 서울 소재 사립대의 한 교수는 “학생들이 대기업, 공기업 등만 알아보고 중견‧중소기업은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대기업‧공기업 문호는 좁아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2/10/20/S7OHFEEGUJG7RBBACUG25IC56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