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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

(신문기사) [채승우의 첩첩사진] 아마추어와 전문 사진가 비교


[채승우의 첩첩사진] 아마추어와 전문 사진가 비교

 

친구에게 사진 자랑하면 전문가, 카메라 자랑하면 아마추어
스마트폰 앱으로 사진 찍고 전 세계 사람들과 나누는 세상
전문가·非전문가 구분 모호해져…'떨림'과 '열정'이 그리운 아마 시절

 

chosun.com 2013년 3월 28일 목요일 채승우 멀티미디어영상부 차장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카메라의 렌즈 뚜껑을 덮고 다니면 아마추어 사진가, 렌즈 뚜껑도 없이 어깨에 덜렁덜렁 메고 다니면

전문 사진가이다.' 맞는 말일까? 10여년 전 인터넷 카페에 사진 교실이라는 것을 처음 열었다. 그때

'아마추어 사진가와 전문 사진가 엉터리 비교'라는 제목을 붙여 짧은 글을 하나 썼는데, 10개 정도의

비교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리스트는 사진가들을 실제로 구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진 찍는 이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농담이었다.

그 리스트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포함된다. '길을 가다 사진거리를 만나면 아마추어는 그 자리에서

한 장을 찍고, 전문가는 앞으로 뒤로 옆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여러 장을 찍는다. 아마추어는 찍은

사진을 모두 작은 사이즈로 뽑는 반면, 전문가는 밀착 인화하거나 필름 현상을 한 후 그중에서 선별한

것만 확대하여 사진을 만든다. 아마추어는 화면에 이것저것 많이 담으려 하고, 전문가는 필요 없는

것을 덜어내려고 애쓴다. 아마추어는 비 오는 날처럼 날씨가 나쁘면 촬영을 포기하지만, 전문 사진가는

날씨가 안 좋을수록 새로운 빛을 찾아 나선다. 아마추어는 피사체인 사람에게 접근하기를 두려워하고,

전문가는 피사체가 두려워할 만큼 다가간다.'

이 리스트가 재미있었는지, 그 후로 계속 인터넷 여기저기를 떠돌더니, 항목이 첨가되기도 하고 수정

되기도 하면서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간혹 리스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어서 격한 비판을

받은 흔적들이 글에 남았다. 나에게 도착한 새로운 리스트는 20여개로 늘어나 있었는데, 그중 재미있

는 것들이 있었다. 아마추어의 경험이 담겨 있다.

'아마추어 사진가는 친구가 오면 카메라를 자랑하고, 전문 사진가는 사진을 자랑한다. 아마추어는 출

사를 가면 회비 문제부터 걱정한다. 아마추어는 촬영을 나가면 항상 배가 고프다'(네이버 카페 '데이

지'의 글에서 인용).

이의 제기를 가장 많이 받은 항목은 거리 두기에 관한 것이다. 요즘 일부 아마추어는 지나치게 적극적

이라 대상에 개입한단다. 오히려 현대 사진가들의 사진은 대상으로부터 한발 물러나 세상을 관조하는

듯하다.

 

나의 리스트는 수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10여년 전 글을 쓸 때만 해도 내가 염두에 둔 아마

추어 사진가의 모습은 커다란 필름 카메라를 장롱 속에 잘 모셔두었다가 집안 행사가 열리거나 나들이

를 갈 때 꺼내 쓰는 남자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글을 쓴다면 염두에 둘 모델을 바꾸어야 한

다.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핸드백에 넣고 다니는 젊은 여성들에서 주말마다 촬영 모임에 나가는 열혈

동호인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진을 찍고 이를 전 세계 친구들과 나누는 사람들까지 사진을

즐기는 층이 다양해졌다. 10년 만에 강산이 크게 변했다.

'아마추어 사진가와 전문 사진가 비교'가 아직까지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특히 사

진이라는 장르에서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중간예술'이

라는 책에서, 다른 예술에 비해 학습과 훈련이 필요 없는 사진의 속성이 그 이유라고 지적했다.

많은 분이 어떻게 사진작가가 될 수 있는지 묻곤 한다. 꿈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질문이지만, 종

종 그들의 질문은 어떻게 사진을 잘 찍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진작가 소리를 들으려면 어

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 묻는 것이다.

이 우문(愚問)에 사진가들은 여러 가지 현답(賢答)을 이야기했다. 한 중견 사진가는 촬영할 때 삼각대

를 쓰지 않는 사람은 아마추어라고 단정하듯 말했다. 사진을 벽면 크기만큼 확대하더라도 완벽한 이미

지를 만들어내도록 작업은 정교하고 엄격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사진 큐레이터 한 분은 작업이 흐름

안에 있어야 그를 작가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흐름이란 세계 사진의 역사일 수도 있고, 현대 작

가들 사이의 유행일 수도 있다. 술자리에서 만난 다른 사진가 몇 명은, 먼저 직업 사진가에 대해 말하

자면, 찍고 싶지 않은 것도 찍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소주를 한 잔 들이켰다. 그들은 전문성과

일관성을 꼽았다. 사진가가 다루는 주제와 사진의 형식이 그래야 한다는 이야기다.

처음의 리스트에 이에 들어맞는 항목이 두 개 있었다. '아마추어는 다른 사람의 좋은 사진을 보면 흉내

내려고 한다. 전문가는 다른 사람이 좋은 사진을 찍으면, 한발 늦었다며 절망한다. 아마추어는 전문 사

진가처럼 보이려고 애쓴다. 전문 사진가는 아마추어 시절의 떨림과 열정을 그리워한다.'

실은, 이 리스트는 사진기자인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신문 사진은 전문가의 사진일까 아마추어의 사

진일까? 비슷한 것을 반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마추어의 사진이라 해야 할 것이다.


기사원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27/20130327024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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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비교2 ; 아마 사진가, 프로 사진가
 
1.

아마- 카메라 렌즈 캡을 닫아, 껍데기에 싼 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닌다.
프로- 케이스도 렌즈캡도 없이 어깨에 덜렁덜렁 매고 다닌다.

 

2.

아마- 사진을 모두 3*5사이즈로 뽑는다.
프로- 밀착을 하던가, 현상만을 한 후, 몇 장을 골라, 확대한다.

 

3.

아마- 찍을 것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 선 채로 한 장을 찍는다.
프로- 앞으로, 뒤로, 위로, 아래로 움직이며 수 없이 찍어댄다.

 

4.

아마- 화면에 이것 저것 많이 담아 찍는다.
프로- 화면에서 필요 없는 것을 덜어낸다.

 

5.

아마-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등 날씨가 나쁘면 촬영을 포기한다.
프로- 나쁜 날씨일 수록 카메라를 들고 나서 새로운 빛을 찾는다.

 

6.

아마- 피사체인 상대에 접근하기를 두려워한다.
프로- 상대가 두려워 할 만큼 접근한다.

 

7.

아마- 전문 사진가 처럼 보이려고 애쓴다.
프로- 동네 아저씨나 아줌마처럼 보이려고 위장한다.

 

8.

아마- 다른 사람의 좋은 사진을 보면 흉내내면 된다.
프로- 다른 사람이 좋은 사진을 찍으면, 한 발 늦었다고 생각한다.

 

9.

아마- 프로사진가를 흉내내려 한다.
프로- 아마 시절의 순수함을 그리워한다.

 

기사원문: http://blogreporter.chosun.com/blog.log.view.screen?blogId=1213&logId=4134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