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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위기감이 없는 게 민주당의 진짜 위기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3.06.16. 03:00

제1 야당, 유튜브로 싱하이밍 발언 생중계
전략 판단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
중요한 건 민주당이 보는 세상이 아니라
세상이 민주당·이재명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
2004년 152석, 2020년 180석 제외하면
민주당 130석 넘은 적 없어… 착각 말아야

일러스트=이철원

두 달 전 이 지면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총선 1년 남은 시점에서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체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가 유지될까, 원심력이 점점 커지는 양당이 결국 분열할까, 경쟁력 있는 제3당이 출현할까 하는 것이다. (…) 전·현직 대표 사법 리스크로 민주당은 구심력이 약해지고 있다. 냉정하게 분석하면 ①이재명 대표 체제로 똘똘 뭉쳐 총선 치를 가능성 5% ②이재명 체제가 붕괴하고 비대위로 치를 가능성 35% ③이재명 대표가 물러나지 않고 비명·반명도 그 체제로는 총선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하여 분열할 가능성 60%로 보인다.’

이후 김남국 의원 파동, 이래경 혁신위원장 낙마.,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 이슈로 이재명 대표 리더십은 더 흔들리고 있다. 특히 싱하이밍 대사 파동은 형식과 내용에서 이재명 대표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혔다. ‘일개’ 대사의 무례한 발언을 민주당 유튜브로 생중계한 것은 전략 판단 기능이 작동 불능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

정체성, 리더십, 지지 기반이 동시에 흔들리는 3중 위기를 맞은 민주당이 최근 파동으로 위기가 더 커지고 있다. 총선 패배 두려움이 커질수록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친명조차 이재명 체제에 서서히 등 돌리는 게 야박한 여의도 인심이다. 낙선 앞에 장사 없다.

친명의 총선 구상은 세 가지다. ①이재명 대표 체제로 치른다 ②불가능하다면 ‘친명 비대위’로 전환한다 ③둘 다 어렵다면 ‘분당’도 불사한다. 반면 반명 시나리오에 이재명 대표 체제는 없다. 반명의 구상도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①모두가 동의하는 비대위는 받아들일 수 있다 ②이재명 대표가 물러날 의사가 없다면 선제적으로 이재명 체제를 붕괴시킨다 ③둘 다 실패한다면 어쩔 수 없이 탈당한다. 비명의 시나리오는 단순하다. 분열을 막으려면 비대위 전환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다. 결국 친명·반명·비명의 교집합은 ‘비대위’다.

친명·반명·비명이 각각 그리는 ①이재명 대표 체제 유지 ②(중도 확장을 위한) 비대위 전환 ③'원 팀’으로 총선 승리는 과연 가능할까. 이재명 대표 체제가 유지되려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총선 승리’ 전망을 높여야 한다. 사법 리스크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니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강성 지지층에만 기대는 행보로) 총선 승리 전망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이 이재명 대표 위기의 핵심이다.

김남국·이래경·싱하이밍 이슈에서 드러난 이재명 대표의 인식과 태도는 중도층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보다 세상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정치는 지지 기반을 넓히면 살고 좁히면 죽는다. 축구는 운동장을 넓게 쓰는 팀이 이기고, 바둑은 판을 넓게 보는 사람이 이긴다. 지금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갈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 체제를 유지하려면 사실상 반명·비명이 원하는 ‘비대위’에 준하는 ‘혁신위’를 구상해야 한다. ‘(전권)혁신위’는 세 가지 난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①이재명 체제 유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 ②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냉정한 평가 ③총선 승리를 위한 담대한 전략적 제언이다. 이런 혁신위가 가능할까. 솔직히 불가능해 보인다. 바츨라프 하벨은 정치를 ‘불가능의 예술’이라고 불렀는데 이재명 대표가 지금 그 ‘불가능’을 좇아야 하는 순간이다.

바츨라프 하벨

역사적으로 ‘혁신위’가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대체로 혁신위는 지도부를 향한 혁신의 총구를 돌리기 위한 ‘위장 기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비대위’가 성공한 사례도 거의 없다.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와 2016년 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정도가 성공 사례다. 비대위의 성공 조건은 두 가지다. ①대주주가 직접 나서거나(박근혜) 대주주가 전권을 위임(문재인)하고 ②총선 직전 ‘비상계엄’ 같은 공천 전권을 가진 경우다. 그 외에는 실패했다.

1997년 이회창과 2012년 문재인은 대선에서 패배한 후 1998년(이회창)과 2015년(문재인)에 대표로 돌아와 당을 장악했는데 그건 대주주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주주가 아니면서 당을 바꾼 사례는 노무현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사례다.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대주주도 아니고 대통령도 아닌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을 장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비대위를 이재명 대표가 거부한다면 이재명 체제는 붕괴에 직면할 것이다. 그 상황에서 체포 동의안이 또 넘어온다면 이번에는 통과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대위가 분열을 막는 필요조건이다. 문제는 대통령도 없고 대주주도 없는 권력 공백 상태의 민주당이 성공적으로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느냐 여부다.

만일 실패한다면 ①당이 분열하거나 ②(분열하지 않더라도) 2007년 대선(63% 투표율)과 2008년 총선(46% 투표율)처럼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에서 이탈하거나 ③2020년 황교안 체제의 미래통합당처럼 ‘야당 심판론’ 대상이 될 수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모두 생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역대 민주당의 총선 성적은 1992년 민주당 97석,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79석·민주당 15석, 2000년 새천년민주당 115석, 2004년 열린우리당 152석, 2008년 통합민주당 81석, 2012년 민주통합당 127석, 2016년 더불어민주당 123석, 2020년 더불어민주당 180석이다. ‘탄핵’ 이슈가 있었던 2004년과 2020년 총선을 제외하면 민주당은 130석을 넘은 적이 없다. 2020년 착시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위기감이 없는 게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진짜 위기다. 사즉생의 혁신이 없다면 2020년 미래통합당의 참담한 결과가 이번에는 민주당 몫이 될 수 있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3/06/16/ENLULS2CX5B6HBOQIAGTN53V4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