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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4] 체스와 바둑의 ‘美·中 결투’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12.21. 03:11

‘메이드 인 차이나’의 오랜 명품 중 하나는 바둑이다. 이기고 지는 승부(勝負)를 다루는 전쟁 게임이다. 적어도 2500년 전에 지금의 중국 땅에서 출현했다. 복잡한 싸움 방식이 특징이다. 백병전(白兵戰)처럼 직접 달라붙어 혈전을 벌이는 게임이 아니라 공간을 먼저 차지하는 ‘포석’과 상대를 부지불식간에 무력화시키는 ‘포위’를 통해 국면을 이끌어 승부를 가린다.

여기서 '세()'라고 하는 추상의 개념이 등장한다. 이는 맞붙어 힘을 직접 겨루는 '전술'과는 거리가 멀다.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는 영역을 먼저 차지하려는 '전략'이다. 그래서 바둑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고차원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에 비해 서양의 체스는 직접적이다. 등급에 따라 나뉜 각 구성 요소들이 제 역할을 수행하며 상대와 직접 맞붙어 승부를 가린다. 전략의 개념보다는 전술에 훨씬 가까운 전쟁 게임이다.

바둑은 지식(知識)을 바탕으로 한다. 오랜 경험으로 쌓인 지식이 판을 읽고 수()를 둘 때 큰 역할을 한다. 그에 비해 체스는 실질적인 싸움을 장려한다. 살아 움직이는 상황에 바로 대응하는 기지(機智)가 우선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제조 2025' 등 중·장기 전략으로 무장한 채 떠오르는 중국의 바둑과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체스식() 싸움법이 요즘 부딪친다. 두 나라가 무역 분쟁을 넘어 군사·외교·과학기술 영역에서 큰 파열음을 낼 전망이다.

전략에 치중하는 중국 싸움법은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구름 속의 '용()' 이미지다. 그에 비해 대규모 무력시위인 'Elephant walk'라는 자국 공군 용어에서 드러나듯 미국은 '코끼리' 그림이다. 우선은 미국의 힘이 훨씬 견고해 보인다.

장기적인 경쟁의 최종 승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구호를 내걸고 집요한 자민족 중심주의의 행보를 해온 중국은 지구촌 전체의 경계감을 높여 적()을 양산했다. 문명의 대결일 수도 있는 경쟁 흐름에서 중국의 스텝이 먼저 꼬였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0/201812200363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