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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5] 한국의 친구, 중국의 朋友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1.04. 03:11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로 시작하는 조용필의 ‘친구여’라는 노래가 있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우리 대중가요다. 노래는 세상을 떠난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리다가 “모습은 어디 갔나, 그리운 친구여”로 맺고 있다.

중국과 대만, 홍콩에서 친구 노래로 가장 유명한 저우화젠(周華健)의 '펑유(朋友)' 가사 일부는 이렇다. "친구야 평생을 함께 가자…한마디 말에 인생을 걸고, 한 잔 술에 한평생의 정을 담고(朋友一生一起走一句話一輩子一生情一杯酒)."

대중에게 잘 알려진 한국과 중국의 두 노래는 모두 '친구'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정서는 사뭇 다르다. 한국의 노래가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데 비해 중국의 그것은 비장하다.

벗끼리의 유대를 강하게 표현하는 우리말 속의 성어나 단어는 대개 중국에서 만들어진 한자(漢字)다. 그 또한 비장감이 돋보인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친구를 지킨다는 문경지교(刎頸之交)가 우선이다. 생사(生死)와 존망(存亡)을 건 약속이다.

뜻이 맞고 가는 길이 같다는 뜻의 지동도합(志同道合)도 그렇고, 닥친 어려움을 함께 이겨간다는 뜻의 환난지교(患難之交)도 마찬가지다. 한데 뭉쳐 위기를 헤쳐나가자는 취지의 풍우동주(風雨同舟)도 같은 맥락이다.

쇠나 돌처럼 굳고 강한 친구 사이인 금석지교(金石之交), 가난하고 어려울 때 사귄 빈천지교(貧賤之交), 벗이 사라지면 자신의 즐거움을 끊는다는 맹세의 지음(知音)도 있다.

새겨볼 대목이다. 우리 쓰임으로도 정착했지만 이런 표현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중국의 인문(人文) 배경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전란과 재난이 아주 잦았던 중국의 실제 역사 환경이 그 대상이다.

중국인들은 ‘친구’로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 확장에 큰 비중을 둔다. 그래서 ‘관시(關係)’에 혈안이다. 사람 사이를 정감과 포부로 얽는 유대감이 장점이지만, ‘끼리끼리’ 문화로 부패의 온상을 이루는 맹점도 있다. 중국을 살피면서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03/201901030304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