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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6] 달빛에서도 ‘간첩’ 떠올리는 중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1.18. 03:12

문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달빛이 있다면 먼저 시정(詩情)이라도 품을 만하다. 그러나 갈라진 틈에 싸움 또는 전쟁을 잇는 사고(思考)가 일찍이 중국에서 나왔다. 한자 간()을 두고서다. 이 글자는 본래 한()으로 적었다.

문()에 달빛을 가리키는 월()이 붙었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달빛이다. 나중에 달빛을 햇빛[]으로 대체한 글자가 간()이다. 모두 문의 '틈', '사이'에 주목한다. 중국의 사유 체계는 이를 상대의 빈틈으로 파고드는 간첩(間諜)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간첩'이라는 조어는 '육도(六韜)'라는 병법서에 일찌감치 등장한다. 이를 본격적으로 개념화해 사용한 사람은 병법의 대가 손자(孫子)다. 그는 간첩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다섯 종류의 스파이를 거론했다.

상대 국가의 일반인을 쓰는 인간(因間), 정부에 진입한 사람을 포섭하는 내간(內間), 타국 스파이를 거꾸로 활용하는 반간(反間), 붙잡혀 처형당할 수 있는 혼란 전파자 사간(死間), 정보를 수집해 살아 돌아오는 생간(生間) 등 '오간(五間)'이다.

싸움의 사고, 즉 모략(謀略)의 전통에서 일찍 뿜어져 나왔던 스파이의 개념들이다. 명칭도 다양하다. 세작(細作)은 정규전 외에 별도의 정교한 공작을 벌인다는 뜻이다. 나쁘게 부르면 간세(奸細)다.

특별 임무 수행자는 특무(特務) 특공(特工), 남의 침상 밑에 숨은 사람은 와저(臥底), 비밀스레 염탐한다고 밀탐(密探)이다. 1800년 전 이미 간첩 업무를 전담하는 교사(校事)라는 기관도 등장했다.

중국은 비정규전의 싸움 방식을 중시한다. 정규전을 지칭하는 정()과 비정규전의 방식인 기()를 동렬에 놓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던 손자가 대표적이다. '간첩'의 맥락이 그런 비정규전의 큰 축이다.

요즘 중국의 통신장비 대표 기업 화웨이(華爲)를 비롯해 유학생, 학자 등이 서방의 집중 감시를 받고 있다. 모두 간첩의 혐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이지 않는 싸움에 능한 중국의 모략적 속성이 서구의 경계감에 크게 부딪히는 형국이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7/20190117031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