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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7] 싼샤댐과 人定勝天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7.19. 03:08

자연에 감응하는 사람, 그래서 하늘과 인간이 하나를 이룬다는 뜻의 성어가 천인합일(天人合一)이다.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이 녹아 있다.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자연을 어떻게 보느냐를 말할 때 흔히 등장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말도 전해진다.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 있다는 인정승천(人定勝天)이다. 여기서 ‘인정(人定)’은 사람의 사고나 행위다. 그러니까 마음만 먹으면 환경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의 '천인합일'은 주로 관념적인 흐름이다. 유가(儒家)와 불가(佛家), 도가(道家) 등 종교철학 영역에서 각자 깊은 해석을 시도했다. 촘촘한 사유의 체계를 지녀 훨씬 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중국인의 자연관을 대표했다고 보기 힘들다.

여성의 발을 칭칭 묶어 끔찍한 변형을 이끌어내는 전족(纏足), 남성의 생식기를 제거해 권력의 도구로 부렸던 내시(內侍), 비늘 등을 뜯어 괴상한 모습으로 만들었던 기형 금붕어 전통과 습속 등을 보면 중국의 '천인합일'은 어디까지나 추상과 관념의 차원이다.

중국인의 더 현실적인 자연관은 '인정승천'이다. 중국 대지를 오갔던 수많은 재난, 그를 이기고 땅 위에 서 있으려는 중국인의 사고와 감정이 진하게 배어 있는 말이다. 끝없이 도전해 산을 옮기겠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우화가 그렇다. '인정승천'식 사고의 현대판 결정(結晶)은 싼샤(三峽)댐이다. 높이 185m, 길이 약 2.3㎞의 댐으로 장강(長江)의 흐름을 막은 유사 이래 최대 토목 건설 공사다. 아울러 중국을 지배하는 공산당의 가장 큰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거대 공사였던 만큼 뒷말도 무성하다.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도 자주 나온다. 최근에는 댐의 일부가 비뚤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와 대단한 화제다. 치수(治水)에 이은 치국(治國)의 상징으로 이를 내세우는 공산당으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8/2019071803394.html